서정홍 시 감상-<상추와 강아지풀>

by 길벗


상추와 강아지풀

- 서정홍


가뭄이 들어

상추밭에 물을 줍니다


혼자서도 잘 노는

다섯 살 개구쟁이 다울이가

살며시 다가와 묻습니다


ㅡ 시인 아저씨, 상추는 물을 주면서

강아지풀은 왜 물을 안 줘요?

상추 옆에 같이 살고 있는데


그 말을 듣고

강아지 풀한테

물을 듬뿍 주었습니다


- 다섯 살짜리의 지적이 아프다.

먹을 수 있는 상추에게만 물을 주고

강아지풀에는 물을 안 주다니,

다 같은 생명체인데 말이다.


한적한 시골길을 걸었다.

내 몸의 땀구멍들은 스프링클러처럼 땀을 쏟아내는데

길섶의 풀은 시들시들 말라가고 있다.

오늘내일 비가 내리지 않으면 말라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

몹시 안쓰럽다.

내 땀이 그대로 흘러내려 풀을 조금이라도 적셔주면,

이런 생각을 하다가 시들어가는 게 어디 이들뿐이랴,

외면하고 걸음을 재촉한다.

그러다가 또 바싹 마른풀을 만난다.

내가 이 산의 생명체를 다 구원할 수는 없는 일.

적어도 내 시선에 들어온, 아니 나와 인연이 닿은 생명체에게만은

뭔가 보탬이 되고 싶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내 오줌으로라도 적셔주고 싶었다.

* 황대권의 <야생초 편지>를 보면 지구상에 지금까지 알려진 식물종이 35만 종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중 인간들이 재배해서 먹고 있는 것은 약 3천 종.


그러면 나머지 34만 7천 종의 식물들을 전부 잡초라고 없애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수많은 약재와 음식 재료가 풀에서 나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잡초란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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