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수, <마중>

by 길벗


우리 시대의 대표 목판화가인 이철수(1954~).

판화뿐만 아니라 글도 참 좋다.

시가 먼저인지 판화가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판화에다 시까지 새겨 넣었다.

현대의 문인화라고 할 만하다.


그의 책은 약간 두꺼운 목판 두께다.

그 안에 수십 편의 판화와 글이 페이지마다 수록돼 있다.

판화도 간결하고 글도 간결하다.

"너무 어렵거나 관념적이어서

삶에 가져다 쓸 수 없는 언어는

허튼 설교처럼 듣기 지겹다"라고 한

이철수 작가의 글은 편하게 다가오지만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글 하나하나가 속 깊은 울림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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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


늦게 밭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온다던 비는 안 오고,

해거름의 하늘이 오늘도 좋았습니다.

멋대로 생각하기를,

밭에서 하루 고생했다고

하늘이 마중을 나오신 거라고.

하늘 표정이 그래서 저리 좋다고.

- 무얼 여기까지 이렇게 나오셨어요.

어서 들어가세요.

늦었지만 저녁이나 함께 하시지요.

-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사는 동안 꽃처럼>


기분이 좋아지는 글이다.

하루 고생했다고

하늘이 마중을 나오신 거라고.

그 하늘이 하도 고마워

저녁 식사에 초대하는 마음 하며.


구름꽃이 핀 날 하늘을 우러러보면

세상 모든 게 이뻐 보인다.

하늘이 맑으니 그 아랫것들

모두가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이런 날은 범죄도 없고

사람들 마음도 한없이 넓어지며

세상에 좋은 일만 있을 것 같다.


이철수는 말한다.

"혼자 견디는 힘 없이는 살아서 건널 수 없는

거친 현실을 살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혼자'인 것이 존재의 운명이지요.

존재의 의미를 일깨우고, 외로움과 고립감에서

놓여날 수 있게 하는 내면의 힘 없이

의젓하게 살아가기는 어렵습니다.

혼자 설 힘이 필요합니다.

마음도 몸도 자급자족이 최선이지요."


이철수는 1981년 첫 개인전 이후

1980년대 내내 탁월한 민중 판화가로서 이름을 떨쳤다.

1990년 무렵부터 자기 성찰과 생명의 본질에 대한 관심으로

판화 영역을 확대해간 그는 그 후

일상과 자연과 선을 소재로 한 새로운 작품에 몰두해왔다.

단아한 그림과 글에 선적인 시정과 삶의 긍정을 담아내는

이철수의 판화들은 '그림으로 시를 쓴다'는 평판과 함께

폭넓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은 충북 제천 외곽의 농촌에서

아내와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판화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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