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채봉, <세상에서 가장 짧은 동화>

by 길벗


세상에서 가장 짧은 동화

- 정채봉


세탁소에 갓 들어온 새 옷걸이한테

헌 옷걸이가 한마디 하였다.

"너는 옷걸이라는 사실을 한 순간도 잊지 말아라."

"왜 옷걸이라는 것을 그렇게 강조하시는지요?"

"잠깐씩 입혀지는 옷이 자기의 신분인 양 교만해지는

옷걸이들을 그동안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 자신이 겨우 옷걸이밖에 안 됨에도 마치 옷인 양하다가

낭패를 당하는 것을 수도 없이 목격했다.

자신이 걸친 옷에 취해서 오만하고 부도덕한 삶을 살기 쉽다.

공광규 시인이 일갈한다.

높이 올라가더라도 절대 까불지 말고

키를 낮추고 견뎌라고.

그렇다.

세상 높은 데는 일기가 변화무쌍한 데다가

바람까지 거세기 때문에

키 큰 나무들은 살지 못한다.

스스로를 낮추고 또 낮춰야만 살 수 있는 곳이다.

높은 자리든 낮은 자리든

세상 사람들 모두 겸허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덕유산

- 공광규


산정에 오르면 오를수록

초록은 키를 낮추고 있다


벼락 맞아 부러진

능선의 키 큰 고사목들


신문 방송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고관대작들 벼락 맞는 이유를 알겠다


높이 올라가더라도

절대 까불지 말고

척박한 고지에서

키를 낮추고 견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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