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다 보면 슬몃 '스며드는' 시가 있다.
어려운 시어 하나 없이 평이하지만
시가 주는 감흥은 깊어
나도 이런 시 하나 써보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낀다.
이런 시들에 대해 어떤 해석이나 감상평을 늘어놓는 건
분위기를 망치는, 실례라는 생각이 든다.
정물화 감상하듯 조용히 음미하면 될 일이다.
'내 곁에 말없이 그냥' 스며드는 이런 시가 고맙다.
조용한 일
- 김사인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하늘 맑은 날
- 김시천
잎이 진다고 서러울 것 없다
떠난다고 상심하여 눈물 흘릴 것 없다
나뭇잎처럼 떨어져 누우니 세상 참 편안쿠나
하늘엔 구름 한 점 없고 나도 이젠 근심 없다
두어라 그냥 이대로 있을란다
작은 선물
- 이철수
꽃 보내고 보니,
놓고 가신
작은 선물
향기로운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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