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광규, <걸림돌>

by 길벗

걸림돌

- 공광규


잘 아는 스님께 행자 하나를 들이라 했더니

지옥 하나를 더 두는 거라며 마다하신다.

석가도 자신의 자식이 수행에 장애가 된다며

아들 이름을 아예 ‘장애’라고 짓지 않았던가.

우리 어머니는 또 어떻게 말씀하셨나.

인생이 안 풀려 술 취한 아버지와 싸울 때마다

“자식이 원수여! 원수여!” 소리치지 않으셨던가.

밖에 애인을 두고 바람을 피우는 것도

중소기업 하나 경영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누구를 들이고 둔다는 것이 그럴 것 같다.

오늘 저녁에 덜 돼먹은 후배 놈 하나가

처자식이 걸림돌이라고 푸념하며 돌아갔다.

나는 “못난 놈! 못난 놈!” 훈계하며 술을 사주었다.

걸림돌은 세상에 걸쳐 사는 좋은 핑계거리일 것이다.

걸림돌이 없었다면 인생의 안주도 추억도 빈약하고

나도 이미 저 아래로 떠내려가고 말았을 것이다.


- 걸림돌이 반드시 삶에 걸림만 되는 게 아님을

우리는 이미 익히 알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지고 있는 짐, 곧 가족 덕에,

특히 자식 덕에 늘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올 수 있었던 게다.

그리고 언젠가부턴 자신이

자식의 짐이 안 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다지게 된다.


걸림돌이 디딤돌이 되고 그래서 걸림돌 덕에

인생의 징검다리를 무사히 건널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또한 삶의 재미란 지지고 볶고 부대끼는 데서 오는 법.

자식 키워가면서 부모 봉양하는 가운데 삶의 희로애락을

수십 권의 소설로 써가는 것이 우리네 삶 아닌가.


이런 훈계조의 글은 자칫 건조하거나

고리타분하게 읽힐 수도 있는데

직설적인 비유 한 구절이 살렸다.

"밖에 애인을 두고 바람을 피우는 것도

중소기업 하나 경영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농다리(충북 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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