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주행은 수행이다

by 길벗



명절 연휴 하면 떠오르는 것 중의 하나가 고속도로고, 고속도로 하면 지정체가 연상된다.

고속도로에서는 온갖 눈치작전이 난무하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도로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운전자가 그렇단 거다. 모든 운전자가 다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극히 일부만 그렇단 얘기다.


톨게이트 진입부터 긴장을 하고 눈치를 본다. 어느 통로로 들어가야 빠를지. 고속도로에 들어서면 눈치작전과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우선 무인 카메라의 눈치부터 봐야 한다. 스마트한 내비 씨가 미리 카메라 위치를 알려주기에 정답을 알고 푸는 문제지만 깜박하다가 오답을 내기도 한다. 속도를 내 1차선으로 질주하다 보면 어느새 뒤차가 바싹 붙어와 눈치를 준다. 2차선에서도 앞뒤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적당히 눈치도 보고 규정속도도 어겨가며 추월도 해야 하고 또 추월도 허용해야 한다. 버스나 트레일러 등 덩치 큰 것들에게는 알아서 기는, 선제적 굴종 운전을 해야 한다. 이처럼 양보와 방어, 소심 운전을 하다 보면 나만 뒤처지는 듯 열패감마저 부릉부릉한다. 직장에서 규정도 잘 지키고 일도 잘하는 성실한 직원이 일보다 말 잘하고 힘세고 요령 좋은 동료에게 치이고 약삭빠른 후배에게 밀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꽉 막힌 구간에서는 앞차만 바라보는 면벽 수행을 하는 듯하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지정체 구간에서는 자동차도 삼보일배를 하는구나 싶다. 이렇게 운전을 하다 보면 고속도로는 수행처고, 고속도로 주행은 길(道)을 가면서 길(道)을 닦는 수도(修道) 행위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렇다. 고속도로는 순례지로 인도해 주는 성스러운 길이 되어야 하며 그 길 위에서는 누구나 다 수행자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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