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 <점으로부터> · <선으로부터>

by 길벗


현대미술은 어렵다고들 한다. 작가만의 독특한 생각이나 감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개성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녹아낸 작품 앞에 서면 작품의 이해에 앞서 이게 무슨 예술이냐?라는 항변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유명 작가의 작품인 걸 알고는 스스로 '보는 눈'이 없음을 자책하다가 마침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소개 글을 뒤적이며 작품과 오랜 시간 눈 맞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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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4dea48b1-d239-497f-be36-c4e5fda92416.jpg?type=w1 <선으로부터>

이우환(1936~) 화백의 <점으로부터>와 <선으로부터>다. 선과 점만이 반복되는 단순함, 무미건조함은 자칫 그림을 외면하게 만들 수 있는데 작가는 왜 선을 긋고 또 긋고 점을 찍고 또 찍고를 반복했을까. 조원재 작가가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될 만한 해설을 해준다. 그의 저서 <삶은 예술로 빛난다>에서다. <방구석 미술관>의 저자이기도 한 조원재 작가는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유쾌하고 명쾌하게 풀어낸다. 작품을 보는 눈을 어느 정도 뜨이게 하기에 맞춤한 글이다. 일부 발췌해서 인용한다.


이우환의 소년 시절, 그는 쌀을 씻으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매일 똑같은 쌀 씻기를 하면서 어떻게 그렇게 즐거우실 수 있냐고. 어머니는 이렇게 대답했다. 똑같은 쌀 씻기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당신은 그 일을 할 때마다 매일 다르게 느낀다고. 어떤 때는 시원한 물이 생기를 주고, 지저귀는 새소리에 흥이 오르기도 한다고. 쌀과 물과 손이 하나가 되어 잘 움직일 때가 있고, 아닐 때도 있어 매일 쌀 씻는 것이 항상 새롭다고. 어린 우환의 눈에 매일같이 반복되는 어머니의 쌀 씻기는 지루하기 짝이 없어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에게 쌀 씻기는 매일 매 순간 전혀 새롭게 느껴지는 아름다운 행위였다. 이를 우리는 예술적 행위라고 부른다.


누군가가 보기엔 반복되는 매 순간이 다를 바 없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매 순간의 일회성을 깨닫고 감각을 깨워 완전히 열어놓은 행위자에게 매 순간은 늘 전혀 다르고 새로운 순간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매일 반복된 일상을 산다. 겉보기에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이우환의 선과 점 그림처럼. 우리의 일상이, 삶이 아무리 매일 반복되더라도 매 순간은 진실로 새로운 순간이다. 우리가 지성을 발휘해 그 진실을 매일 매 순간 의식하려 노력한다면, 무미건조하게 여기던 것들이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전혀 다른 의미로, 전혀 다른 아름다움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그렇게 우리의 평범한 삶 속에 듣도 보도 못한 색과 형과 향을 지닌 꽃이 피어날지 모른다. 그렇게 우리의 삶에 예술이 피어날지 모른다.


- 나의 일상이 떠올랐다. 아침에 일어나 샤워하고 밥 먹고 청소하고 TV 보다가 소파에서 잠시 잠들었다가 스트레칭과 근력운동, 오후의 산책...... 매일같이 반복되는 소소한 일들이지만 작품 해설을 접하니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다. 같은 선, 같은 점으로 보일지라도 이우환 화백이 매 순간순간 서로 다른 감정과 호흡으로 그렸듯이 반복되는 나의 일상도 내 일생에 단 한 번뿐이라는 사실을 가슴에 새기고 의미를 부여한다면 무미건조하게 여겼던 나의 삶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까. 평범한 삶이 그림이 되고 작품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SE-863bfb5e-b2d9-4490-9bc0-81e6e57dbffb.jpg?type=w1 <점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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