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풍악내산총람> · <장안사> · <정양사>

by 길벗


진경산수화의 문을 연 선구자인 동시에

진경산수화를 완성시킨 겸재 정선.

그의 작품 중에는 유독 금강산 그림이 많다.

<금강내산>, <금강내산총도>,

<풍악내산총람>, <단발령망금강> 등.


미술관에서 한두 번씩 봤던 작품이지만

당시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아주 가까이에서 감상해야 하나

온실 같은 유리장 속에

'격리'돼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다른 사람들의 눈도

의식해야 하니

오랜 시간을 진열장 유리에

코 박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SE-c12b8ae4-8bcf-4614-b422-210c94cc39d1.jpg?type=w1 정선, <풍악내산총람>, 73.8x100.8cm, 간송미술관


도록(圖錄)으로

아주 가까이에서 보니 놀라웠다.

준법이니 원근법 같은 전문가적인

이론과 분석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문외한의 눈에 보이는 대로 봤다.

다만 화가가 어렵사리 표현해놓은 건 빼놓지 않았다.


73.8x100.8cm로 비교적 큰 사이즈인데다 선명해

감상하는 맛이 나는 <풍악내산총람>에 주목해 보자.

화가의 나이 64세경의 작품이라고 한다.

보물 제1951호다.

금강산의 가을 이름인 풍악(楓岳)답게

산사 주변 색도 화려하다.

가운데 계곡물이 콸콸

흘러내리는 것도 볼 수 있다.

곳곳에 한자로 지명을 써넣었다.

1639m로 금강산의 주봉인 비로봉(毘盧峰),

오른쪽의 혈망봉(穴望峰)을 비롯

정양사(正陽寺) 장안사(長安寺) 표훈사(表訓寺)

같은 큰 절은 물론

삼불암(三佛岩), 금강대(金剛臺) 등

금강산의 사찰과 봉우리 이름을 새겨 넣어

마치 산행 안내도를 방불케 한다.

세세히 살펴보니 모두 스무 곳이 넘는 이름이 보인다.

금강산의 실제 모습을 그린 것이 아니라

화가의 상상력이 동원된 것이라고 하지만 경이롭다.

'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한

금강산 일만이천봉 팔백구 암자가

이 그림 한 폭에 죄 들어있는 듯하다.


SE-d67df221-e455-4616-a5f7-dec5ad32920c.jpg?type=w1 <풍악내산총람> 중 장안사 세부도


정선은 금강산을 두 가지 형식으로 그렸다.

첫 번째는 한 화면 안에 금강산의

전체 모습을 압축해서 그려 넣었고,

두 번째는 금강산의 한 부분을

가까이에서 중점적으로 그렸던 것.

위 사진은 풍악내산총람 중

장안사 부분을 확대한 것이고

아래 사진은 장안사만 별도로 그린 것이다.

마찬가지로 정양사 그림도

비교해 보면 좋을 듯하다.


모든 그림이 다 그렇지만 진경산수화 역시

주마간산 격으로 유람하듯

대충 훑어볼 일이 아니라

없는 산길을 만들어가며, 암벽을 타며,

내가 직접 산으로 들어간다 생각하고

감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SE-867bf99d-9f44-4282-844c-0e963a3b40b0.jpg?type=w1 정선, <장안사>, 종이에 42.8x56.0cm, 간송미술관


SE-94743c33-e0b8-4fbc-a991-ef1c7f295a37.jpg?type=w1 <풍악내산총람> 중 정양사 세부도


SE-50e82ebb-42a3-43b8-9d2e-b46df3facba1.jpg?type=w1 정선, <정양사>, 42.8x56.0cm, 간송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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