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리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

by 길벗


시끌벅적한 술자리를 잠시 벗어나 밀폐된 공간에 나 홀로 서 있으니 온 세상이 고요하다. 속세와 격리된 듯 엄숙하기까지 한 분위기에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니 소변기에 새겨진 글이 눈에 확 들어왔다. '進一步'.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건 눈물만이 아니다'. 여러 곳에서 본 적이 있어 새로울 거야 없지만 말 많은 술자리라 그런지 나를 경책 하는 경구처럼 느껴졌다.



남자들이 흘리지 말아야 할 게 눈물과 그것뿐이랴, 말(言)도 그렇다. 육체는 낡아 진일보, 즉 한 발 앞으로 다가서야 할 정도로 오줌발은 감질나는데 말발은 폭포수다. 모든 신체 기관이 수리 중 아니면 고장 상태인데 뼈도 근육도 없는 세 치 혀는 여태 왕성하다. 대화를 하다 보면 아차 하는 순간에


다시 주워 담고 싶은 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슬쩍 흘리는 남의 약점이나 자신의 자랑질, 취기에 괜히 과격해지는 자기주장, 여과 없이 토해내는 고성의 감정··· 말하는이야 시원한 배설 행위나 마찬가지겠지만 듣는 사람들은 어떻겠는가. 모두가 조심한다고 진일보해도 옆으로 튀고 흘러 악취가 나고 더러운 곳이 화장실이듯 말도 그렇다. 조심한다고 하지만 한마디 말이라도 상대방의 귀나 마음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살짝만 옆으로 흐르거나 튀어도 좌중을 오염시키게 되는 것이다.



어느 허름한 식당 허름한 화장실에서 흘리지 말아야 할 것, 다시는 주워 담을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봤다. 늘 말이 문제다. 말 많은 데서 사달이 난다. 말도 그것처럼 감질나게 나올 수 없을까. 취중 방뇨, 적막을 깨트리는 감질나는 소리가 감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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