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인의 작품 감상

by 길벗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의 단 세 구절로 수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풀꽃>의 나태주 시인. 그가 최근에 책을 펴냈다. <좋아하기 때문에>와 <나태주의 풀꽃 인생수업>이다. 나태주 시인 스스로가 밝혔듯이 시인의 시는 평론가들이 평을 잘 하지 않는다고 했다. 들여다봐야 더 나올 것이 없어서라고. 시든 수필이든 워낙 쉽게 글을 쓰는 시인이라 책은 쉽게 아주 쉽게 읽힌다. 하룻밤에 두 권을 다 독파했다. 책에 수록된 그의 짧은 시를 소개한다. 활짝 핀 꽃과 같은 풍부한 감흥을 안겨주는 여느 문학작품과는 달리 나태주 시인의 작품은 단순하고 이해가 쉬운, 천진난만하고 순진무구한 가운데 꽃망울처럼 무언가가 감추어져 있는 듯도 하다. 그의 작품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산책

백합꽃 향기 너무 진하여 저녁때

대문이 절로 열렸네


동행

어머니는 언제 죽나?

내가 죽을 때 죽지


묘비명

많이 보고 싶겠지만

조금만 참자


잠들기 전 기도

하나님

오늘도 하루

잘 살고 죽습니다

내일 아침 잊지 말고

깨워주십시오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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