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스스로가 정한 금기어가 있다. 스트레스받지 말라는 말이다. 연유가 있다. 직장 시절 회의 시간. 상사 한 분은 회의하면서 모두에게 스트레스를 엄청 주고는 회의 말미에 다들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했다. 병 주고 약 주고가 아니라 병 주고 또 병 주는 격, 2차 가해, 2차 스트레스다. 이런 예는 부지기수다. 내게 스트레스를 주는 당사자가 내게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하면, 그렇게 말하는 네가 외려 더 스트레스라고 말할 수는 없는 일, 속 터진다. 엄청난 스트레스다. 그런데 곰곰 따져보니 그 상사 역시 나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 같다. 그러니까 내게 스트레스를 안겨준 그 상사에게 나 자신도 스트레스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다들 쉽게 하는 말이 '스트레스받지 말라'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그 말을 하는 사람이 그 말을 듣는 사람에게는 이미 스트레스인데 그것도 모르고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한다면, 정말 환장할 일이다. 가족 간에도 스트레스받지 말라는 말이 난무한다. 가장 사랑하고 가장 많이 얼굴을 대하는 관계이니, 그만큼 스트레스 유발 요인이 많다. 부모는 자식에 대한 지나친 기대 때문에, 자식은 이해 못 하는 부모 때문에. 특히 가족이 준 스트레스는 남이 준 것보다 훨씬 아프고 오래간다.
인간관계에서 일방적인 건 없다. 비율만 다를 뿐 쌍방 과실이다. 나만 스트레스받는다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실은 나 역시도 상대방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인 것. 스트레스받지 말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이미 자신이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봐야 한다. 스트레스받지 않고 살 수는 없다.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다. 하나 2차 스트레스인 '스트레스받지 마라'라는 말은 최대한 아끼고 아끼자. 스트레스받지 말라는 말이 스트레스고 그 말하는 사람도 스트레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