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술 한잔하다 보면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된다.
맨 정신일 때는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다가
어느 정도 취기가 돌면
이런저런 데가 아프다느니,
약을 몇 가지나 먹는다느니,
여기저기서 신음 소리가 들려온다.
고지혈증 혈압 당뇨 같은
당장 앓고 있는 병은 차치하고서도
다들 영양제나 건강 보충제를
몇 가지씩 먹는단다.
비타민, 콜라겐, 유산균은
상당수가 복용 중이고
그 외 비오틴, 오메가3, 단백질 보충제,
맥주효모, 관절 영양제 등이다.
심지어 한 친구는 여덟 가지나 먹는다고 한다.
그런데 건강에 대해서는
명 대로 살다 가지 뭐,
아주 태연한 척해왔던 몇몇 친구들의
이실직고에는 놀라움을 넘어
배신감까지 느끼게 된다.
아픈 데라곤 전혀 없어 보이고
건강에도 아예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해
'건강 염려증'인 내가 '건강 무심증'이란
진단까지 내린 놈들인데 말이다.
그 친구들은 대여섯 가지의 영양제를 달고 살고
치과와 안과는 3개월이나 6개월마다 빠짐없이 검사하고
조금만 몸이 이상해도 병원을 찾아야
직성이 풀린다니 할 말이 없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초연해야 하는데
비밀리에 과외공부하는 경쟁자를 만난 듯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묘한 열등 심리가 발동한다.
사실 친구들의 약 이야기는
아내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내 또래들은 대개 영양제니
건강 보충제를 몇 가지씩 먹는다고
그러니 나도 좀 챙겨달라.
나 역시 콜라겐이니 뭐니
몸에 좋다면 이것저것 먹고 싶어 하지만
아내는 음식을 이것저것 골고루 잘 먹는 게
최선이라고 강력 주장한다.
이 사람 말 들으면 이 말이 맞는 듯하고
저 사람 말 들으면 저 말이 맞는 듯한 팔랑귀인 나는
경전 같은 아내의 말씀 한마디에
입 벙긋 못하다가도
또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으면
중심을 못 잡고 팔랑이고 만다.
친구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좋은 거 있으면 나눠먹자고.
혼자 오래 살면 무슨 재민가,
다 같이 건강장수하자고.
아내에게도 한마디.
어떻게 밥만 먹고 사냐고.
남편이 아프면 아내가 손해라고.
부부가 같이 건강 장수해야 행복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