冬至ㅅ 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버혀 내어
春風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 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 황진이의 '동짓달 기나긴 밤을'이라는 시조다.
현대어로 해석하면
동짓달 기나긴 밤의 한가운데 허리를 베어 내어
봄바람 이불 밑에 서리서리 넣었다가
고운 임 오신 날 밤이 되면 굽이굽이 펴리라.
가슴 시릴 정도로 아름다운 시다.
시의 내용이야 알 듯 모를 듯하지만 그게 무슨 대수인가.
이 시를 영어나 다른 외국어로 번역한다면
과연 제맛을 낼 수 있을까.
특히 "동짓달 기나긴 밤의 한가운데 허리를 베어 내어"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을 듯싶다.
"이불 아래 잘 서려두었다가"에서는
우리 고유의 정서와 함께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드러난다.
황진이, 하면 기생이 떠오를 수도 있다.
기생이라고 술이나 따르는
그저 그런 여성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기생도 일패, 이패, 삼패 같은 급수가 있었다.
그러나 황진이에게는
아무리 높은 급수를 부여한다 하더라도
기생이라기 보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빛낸
탁월한 문학적 감수성의 소유자라는 걸
이 한 수의 시조가 증명해 준다.
황진이게 급수를 부여한다면
그야말로 국보급이나 다름없다.
궁금하다. 황진이의 '고운 임'이 누구인지,
대체 그 운 좋은 사내는 누구란 말인가.
이 작품은 황진이가 6년간 같이 살다가 헤어졌던
이사종에게 보낸 편지로,
4천 편에 달하는 고시조 중에서
가장 훌륭한 작품이라고 평하는 이가 적지 않다.
추측건대 대부분의 시조가 충의 사상이나
자연을 소재로 한 데 비해
극히 인간적인 서정, 그것도 가장 애틋한
사랑을 노래했기 때문에
더 후한 점수를 받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