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 <모순>

by 길벗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억울하다는 생각만 줄일 수 있다면

불행의 극복은 의외로 쉽다.


상처는 상처로밖에 위로할 수 없다.

- 양귀자, <모순> 중에서


내 속내를 들킨 듯도 하다가

작가도 그렇게 생각한다니

인간은 다 똑같구나 싶다.


아, 그런데 이런 말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정말 지질하게도 나는,

친구들이 아프다고 하면

그리 반가울 수가 없다.

나만 아픈 게 아니구나,

너도 아프구나 싶어

묘한 열등감이나 불행이 해소되며

위로와 위안을 받게 되는 것이다.


내가 동창 모임이나 또래들 모임에

열심히 참석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내 몸 어디가 안 좋으면 술 힘을 빌려

나는 요즘 이런 병 때문에 골치 아프다며

은근슬쩍 친구들의 병 이야기를

유도하기도 한다.

그때 나도, 나도 하며 나랑

흡사한 수준의 병을 지니고 있는

그 친구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예전에는 술값 잘 내는 친구가

의리가 있다 여겼는데

요즘은 아픈 친구한테

가장 진한 우정을 느끼게 된다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우정에다 동병상련의 정까지

더해지니 오죽하랴.

SE-84b52ba6-4f55-4a76-9cc9-f147ee481375.jpg?type=w1 양평군 서종면 구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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