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 술은 딱 맞고
두 잔 술은 많고
석 잔 술은 언제나 부족하다
어느 음식점에 붙어 있는 글이다.
이 얼마나 심오한 말씀인가.
산수로는 설명이 안 된다.
맨 정신으로도 설명이 안 된다.
해탈한 주당의 오도송(悟道頌)처럼
난해해 보이지만
아는 사람은 안다.
첫째 잔은 사람이 술을 마시고,
둘째 잔은 술이 술을 마시고,
셋째 잔부터는 술이 사람을 마신다는 것을.
간밤 한 잔 술에 분연히 돌아선 자를 만났다.
뒤끝 없는 그의 당당한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게 보였다.
음주도 깨달음에 이르는
수행의 한 과정이 아닐까란
취중 진담성 생각이 들었다.
그간 숱한 술자리에서 몇 번 아니 몇백 번을
그렇게 죽비를 맞고도
나는 아직도 한 잔과 두 잔,
두 잔과 석 잔을 구별조차 못하니
술로부터 바람처럼 자유로운 날은 언제 올까.
내게 그런 날이 오기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