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 술은 딱 맞고 두 잔 술은 많고 석 잔 술은..

by 길벗


한 잔 술은 딱 맞고

두 잔 술은 많고

석 잔 술은 언제나 부족하다


어느 음식점에 붙어 있는 글이다.


이 얼마나 심오한 말씀인가.

산수로는 설명이 안 된다.

맨 정신으로도 설명이 안 된다.

해탈한 주당의 오도송(悟道頌)처럼

난해해 보이지만

아는 사람은 안다.

첫째 잔은 사람이 술을 마시고,

둘째 잔은 술이 술을 마시고,

셋째 잔부터는 술이 사람을 마신다는 것을.


간밤 한 잔 술에 분연히 돌아선 자를 만났다.

뒤끝 없는 그의 당당한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게 보였다.

음주도 깨달음에 이르는

수행의 한 과정이 아닐까란

취중 진담성 생각이 들었다.


그간 숱한 술자리에서 몇 번 아니 몇백 번을

그렇게 죽비를 맞고도

나는 아직도 한 잔과 두 잔,

두 잔과 석 잔을 구별조차 못하니

술로부터 바람처럼 자유로운 날은 언제 올까.

내게 그런 날이 오기나 할까.

SE-4a54a056-dc6a-41a5-88bd-d5d520847bc7.jpg?type=w1 서울 성북동 길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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