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반(道伴)
- 이상국
비는 오다 그치고
가을이 나그네처럼 지나간다.
나도 한때는 시냇물처럼 바빴으나
누구에게서 문자도 한통 없는 날
조금은 세상에게 삐친 나를 데리고
동네 중국집에 가 짜장면을 사준다.
양파 접시 옆에 춘장을 앉혀놓고
저나 나나 이만한 게 어디냐고
무덤덤하게 마주 앉는다.
그리운 것들은 멀리 있고
밥보다는 다른 것에 끌리는 날
그래도 나에게는 내가 있어
동네 중국집에 데리고 가
짜장면을 시켜준다.
- 시냇물처럼 바쁜 나날은 지나간 지 오래,
이제 고인 웅덩이처럼 늘 그렇고 그런 날의 연속이다.
하루가 늘 지루하다 느끼지만 더더욱 그런 날이 있다.
한마디로 대책 없는 날.
국면 전환을 모색해 보자.
이런 날은 나 자신을 돌볼 절호의 기회다.
나만큼 나 자신을 속속들이 잘 알고
또 나 자신에게 잘해 줄 수 있는 이 어디 있겠는가.
내가 나의 도반이 되어 보는 것이다.
'일탈'이나 '저질러보자' 같은 단어를 머릿속에 심고
영화나 전시회나 공원이나 발길 닿는 대로 가 본다.
짜장면에 낮술도 한잔 걸치고,
이것도 저것도 다 귀찮고 성가시다면
소파에서 뒹굴뒹굴하는 것도 좋고
기분 전환을 위해
마사지를 받아보는 것도 좋겠다.
어차피 평생을, 매시간을 나와 함께하는 사람은
가족도 친구도 아닌, 나 자신이다.
외로움도 고독감으로 여기며 즐길 수 있도록
내가 나의 '베프(Best Friend)' 즉, 도반이 된다면
무료한 시간이 오롯이 나를 위한
마법과도 같은 시간으로 바뀌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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