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칭, 내 귀에 캔디 같은

by 길벗


병원이나 은행, 백화점에 가면 직원이 나를 어떻게 부를까, 신경 쓰인다. 얼마 전 병원에 갔더니 "아버님~"이라고 부르는 게 아닌가. 아, 또 그놈의 '아버님'!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남이 부르는 걸 어떡하겠나,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나름 친밀하고 공손한 호칭이라고 생각하겠지, 나이 많은 사람한테 이름을 부르는 건 실례라고 여기겠지, 음식점처럼 '사장님~'이라고 부를 수도 없고, 마땅한 호칭을 찾기 어려워서겠지,라고.


내가 호칭에 신경 쓰는 건 나를 젊게 봐 달라,라는 뜻이 깔려 있어 극존칭인 '어르신~'이라고 안 불러준 것만 해도 어딘데,라고 다행스럽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서로 내가 나이가 많네, 내가 형이네 하며 마치 나이가 벼슬인 양하는 평소의 행태를 생각하면 이런 이율배반도 없다.


나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아버님'이란 호칭에서 "사랑합니다, 고객님!"처럼 전혀 사랑이나 친밀함, 심지어 공손함을 못 느낀다. 10년이나 넘게 들어 귀에 익숙해질 때도 됐지만, 내 혈연이 아닌 이상 '아버님'은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어색하다. 그럼에도 가장 많이 듣는 호칭이다.


때론 말 한마디 호칭 하나가 상대방의 하루를 흐뭇하게 만들어주거나 불쾌하게 만들기도 한다.

적당한 호칭이 없을까, 내 귀에 캔디 같은. 내가 마음에 드는 나의 호칭은 '선생님'이다. 누군가가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면 괜스레 기분이 업된다. 내가 대우를 받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호칭에도 하얀 거짓말(White Lie)처럼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한 것이다. 마땅한 호칭이 없다면 그냥 이름 석 자에다 '님'자를 붙이거나, 고객님이라고 부르면 어떨지. 무난하게 말이다.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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