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와 트럼프와 그린란드

by 길벗

아내가 오늘 점심은 햄버거로 때우자고 한다. 동네에 수제 버거 잘하는 집이 생겼으니 잠시 외출했다 들어오면서 사 오겠다고 한다. 어찌 아내의 제의를 거절할 수 있으랴만 햄버거가 건강에 안 좋다는 얘기가 많아 내심 걸리기는 했다. 트럼프는 햄버거와 콜라를 그렇게 즐긴다는데, 그러면서도 거의 매일 TV에서 보듯 저리도 건강한데, 또 여기저기 싸움도 잘 거는데. '우리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We are what we eat)'라는 말처럼 트럼프가 육식을 너무 좋아해 무자비한 동물성(動物性)이 그대로 몸 안에 쌓여서가 아닐까, 란 의구심마저 든다.


입을 최대한 크게 벌려 우악스럽게, 탐욕스럽게 햄버거를 먹는 트럼프를 연상해 보니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그린란드가 떠오른다. 여기서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 상식) 하나.


그린란드(Greenland)와 아이슬란드(Iceland). 이 두 곳은 같은 북극권에 있는 섬나라이자 똑같이 바이킹족에 의해 발견되었다. 그러나 나라 이름은 극단적으로 갈린다. Green과 Ice. 바이킹족이 북극권에서 발견한 섬에 직접 가 보니 사람이 살 만했다. 그들은 사람들의 접근을 막아 이 섬을 독차지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얼어붙은 동토라는 뜻의 'Iceland'라는 이름을 붙였다. 비슷한 시기에 다른 바이킹족이 발견한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자 북극권에서도 가장 추운 지역이다. 그런데 웬 'Green'이 붙여졌을까. 바이킹족이 이 섬을 발견한 당시, 이곳으로 사람들을 이주시켜야만 했었다. 그래서 이름을 'Greenland'라고 붙이고 마치 녹음이 우거진 살기 좋은 땅처럼 속였던 것. 위도상으로 보면 그린란드가 아이슬란드보다 더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트럼프는 그린란드를 영양가 많은 이것저것이 들어 있는 햄버거로 여기고 있는 건 아닐까. 아무리 트럼프의 입이 크다 한들 저 광활한 그린란드를 먹다 입 찢어지는 건 아닐까. 그럴지도 모른다. 별일이 다 일어나는 세상이니 말이다.


이은호, <생生 - 섬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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