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가 방송에서
제주 생활 중 얻은 팁 하나를 소개했다.
"한 번 놓친 전복은 포기하라."
제주 해녀들 사이에서
금언으로 통용되는 말이라고 한다.
전복은 한 번 위험을 겪게 되면
바위에 딱 들어붙는데,
이걸 떼려다가 해녀가 호흡을
할 수 없는 위험에 처하게 돼
해녀들이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말을 종종 쓴다고.
제주도 해녀의 전복 이야기는
서정주의 <시론 詩論>에도 등장한다.
"바닷속에서 전복 따가는 제주해녀도
제일 좋은 건 님 오시는 날 따다 주려고
물속 바위에 붙은 그대로 남겨둔단다.
시의 전복도 제일 좋은 건 거기 두어라.
다 캐어내고 허전하여서 헤매리오?
바다에 두고 바다 바래요 시인 것을......"
해녀의 전복과 미당의 시론.
이 둘의 상관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또 사뭇 다른 얘기일 수도 있지만
공통분모를 찾을 수가 있다.
호흡을 길게 가져가라는 것이다.
당장은 위험하니
전복을 포기하는 게 상책이고
또 기다렸다가 따면
그동안 전복이
더 알차게 자라지 않겠는가.
시인이 공들여 쓴 시를
냉큼 세상에 내놓고 나면
얼마나 허전할까,
두고두고 다듬다 보면
미처 생각지 못한
시어(詩語)가 떠올라
마침내 절창이 되리라는 것.
눈에 보인다고 해서
전복을 즉시 따지 않는 것,
그리고 미당의 '시론'은
우리네 삶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인생론 같은 건 아닐까.
집에서 키우는 닭을
당장 몸보신을 위해 잡아먹는다면
더 이상 달걀도 낳지 못하고
찾아오는 자식들 줄 것도 없을 것이니
자식들 먹일 때까지
닭을 더 살찌우면 더 좋지 않은가.
해녀의 전복, 시인의 시처럼
누구나 소중한 것일수록
서둘다 보면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다.
덥석 받아 물다가 화를 자초할 수도 있다.
출세나 성공 같은
세속적인 성취도 그렇다.
매사 호흡을 길게 가져가라는 것,
시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읽어낼 수 있는 삶의 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