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처

by 길벗

눈부처라는 말이 있다.

눈동자에 비치는 사람의 형상을 뜻한다.

갓난아기의 맑은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연상하면 이해가 빠를 듯하다.


재미난 이야기가 전해온다.

중국 송대 최고의 화가 미불(米芾, 1051~1107)이

아무도 모르게 화가 대승의 소(牛) 그림을 베꼈으나

금세 탄로 나고 말았다.

대승이 따지며 하는 말.

"내가 그린 소의 눈동자를 보시오.

그 눈동자 속에 소를 끌고 가는 목동이 있다오.

또한 목동의 눈동자에도 소가 보인다오."

미불은 미처 눈동자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던 모양이다.

대승은 왜 소의 눈동자에까지 목동을 그려 넣었을까.

눈은, 눈동자에는 거짓이 아니라 진심이 담겨 있다는

교훈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천운영 작가는 '모든 것은 눈빛에서 판가름 난다'라고 읊었다.

"눈빛을 보면 진실이 보인다.

눈빛을 읽는 것은

사람의 전부를 읽는 것이다.

모든 것은 눈빛에서 판가름 난다.

몸의 다른 부분은 믿을 것이 못된다.

혀는 거짓말을 일삼고

몸은 과장을 좋아한다.

눈빛은 정직하다.

눈빛은 거짓말을 못한다.

속이려고 해도

속여지지가 않는 것이 눈빛이다.

눈빛을 읽으면 진실과 가까워진다.

눈빛을 읽어야 한다."

- 천운영, <생강> 중에서


정호승 시인의 <눈부처>다.


눈부처

- 정호승


내 그대 그리운 눈부처 되리

그대 눈동자 푸른 하늘가

잎새들 지고 산새들 잠든

그대 눈동자 들길 밖으로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 되리

그대는 이 세상

그 누구의 곁에도 있지 못하고

오늘도 마음의 길을 걸으며 슬퍼하노니

그대 눈동자 어두운 골목

바람이 불고 저녁별 뜰 때

내 그대 일평생 눈부처 되리

- 정호승,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중에서


시인은 자신의 아이가 갓난아기 때

그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이렇게 덧붙인다.

"갓난아기의 그 맑고 푸른,

죄와 악의 티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눈동자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상의 천사와 다름없는 아기가

자신의 눈동자 속에

내 모습을 담아준다는 사실이

무척 행복했다."


눈부처. 누가 이 아름다운 말을 지었는지 모르지만

눈동자에 부처가 보일 정도로 한 점 거짓 없는

진실한 삶을 살아라는 가르침이 담겨 있는 듯하지 않은가.


SE-ef69f411-fd09-4f1a-b9f9-b99e1a36bc2d.jpg?type=w1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캔버스에 유채, 44.5 x 39cm, 마우리츠하이스 왕립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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