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AI의 로봇이 될지도

by 길벗


가끔 기억의 필름을 되돌려본다. 아주 행복했거나 뜻깊었던 순간들. 내 인생의 명장면들이다. 찾아뵙기만 하면 반가움에 눈물부터 그렁그렁 맺히던 할머니의 얼굴, 두 아들과 술잔을 주고받으며 흐뭇해하시던 아버지의 모습, 서천 홍원항 방파제에서 연신 망둥이를 낚아올리며 환호하던 다섯 살배기 내 아들, 군 전역 후 30년도 더 지난 어느 날 다시는 만나지 못할 거라 여겼던 군 시절 동료와 예기치 않게 재회했던 순간······ 이런 장면들을 다시 재현할 수는 없을까 생각해 본다.



이 글은 10년 전, 그러니까 2016년쯤에 썼다. 글을 공개하려고 하니 황당무계하단 반응이 나올 게 뻔해 그냥 저장해 둔 채 덮어두었다. 2024년에도 비슷한 글을 썼다. 아래 글이다. 역시 공개하지 않았다.



이제 지능도 '인공'지능이 나왔으니 우리 몸의 장기나 주요 기관들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간, 위, 장, 연골 등을 똑같이 복제해 필요할 때 교체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름하여 '인공' 장기. 여기서 만족하면 인간이 아닐 것이다. 특별한 칩을 개발해 우리를 괴롭히는 것들을 제거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우리의 수많은 고민이나 걱정거리의 상당수는 일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백 프로 일어나지 않을 고민과 걱정을 이 칩을 통해 미리 걸러낼 수 있다면. 동시에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한 불행은 머릿속에서 완벽하게 삭제할 수 있다면. 그렇게 된다면 평온하게, 천국처럼 살 수 있을 텐데.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상상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기술의 속도가 세상을 끌고 가는 2026년 지금이야말로 그 말이 실감 나는 시대다. 언젠가 AI가 독자적으로 진화에 진화를 거듭, 상상력까지 장착한다면 인간의 상상은 무의미한 공상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더 나아가 AI가 인간의 통제 영역을 벗어난다면, 인간이 기술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인간을 부리는 세상이 도래하게 될지도 모른다. AI가 밥 먹으라 하면 밥 먹고 운동하라면 운동하는 세상. AI가 주도하는 사회 속에서 인간은 AI의 로봇이 되어 그저 명령을 수행하는 존재로 전락해 버리고 만다. 그렇게 된다면 인간의 감정과 상상력은 서서히 사라져 버리고 인공장기를 교환하고 보충해서 아예 생로병사가 없게 될 지도. 아, 그렇게 된다면... 더 나아가 AI가 인간을 더 이상 필요 없는 존재로 판단한다면... 더 끔찍한 생각도 꼬리를 물고 늘어지지만 그만하자. 이런 상상도 언제까지 하게 될지 모르겠다.



세상이 이쯤에서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어! 어! 세월의 속도에 한탄하고 기술의 속도에 감탄만 하다 여기까지 왔다. 인간이 붙잡을 수 없는 것이 또 하나 늘어났다. 세월에 이어 AI다. 둘은 닮아도 많이 닮았다. 빠르다는 것, 인간을 무력하게 만든다는 것, 그리고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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