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걸어서 5분, 석촌호수 한편에
매화나무가 모여 살고 있다.
저 멀리 '매화의 고장' 전남 광양시에서
자매결연을 한 송파구에 기증한 '매화 단지'다.
짧지만 매화 터널도 있고
도로변에도 매화나무를 심어 놓았다.
한겨울 이곳을 지날 때마다 애처롭단 생각이 들었다.
저 살던 땅에서 계속 뿌리내렸더라면
추위도 덜 타고 섬진강을 내려다보며
무럭무럭 잘 자랐을 텐데,
물설고 공기 탁한 대도시 한복판에서
이 무슨 기구한 꽃 팔자인가 싶었다.
그래도 봄날이면
주변 고층 건물들의 경직성을 누그려뜨려 주고,
도시인들에게 청량감까지 안겨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아직 피지도 않은 벚꽃의 위세에 눌려
수줍은 아름다움을 감추고 있는 매화를 보니
내 발걸음 소리라도 자주 들려줘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젯밤 근처 송리단길에서 모임 끝나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이곳에 잠시 들렀다.
은은하게 풍겨오는 암향(暗香)이
그리 좋을 수가 없었다.
* 사진은 3월 28일 오후. 개화가 늦어 1/3 정도만 피어 있음.
석촌 호수 벚꽃은 20% 정도임. 4월 초부터 볼 만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