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나무는 산전수전 다 겪은 시골 어르신을 대하는 듯하다. 볼 품 없이 쭈글쭈글하면서도 고고함을 잃지 않고 있다. 산수유 군락지 역시 오래된 산골 마을이다. 이즈음 산수유 마을은 골목 돌담길에도, 논두렁 밭두렁에도, 산길에도 샛노란 춘정이 화사하게 익어가고 있다. 특히 허물어져 가는 돌담에 기댄 채 폐가를 지키고 있는 산수유 고목들은 두 팔 벌려 손자를 맞이하는 할아버지처럼 반갑고도 편하게 다가온다.
산수유 축제를 사흘 앞둔 3월 31일 샛노란 봄물이 번지고 있는 이천 산수유 마을을 한 시간여 둘러봤다. 코끝을 살랑대는 봄바람, 아담한 마당이 있는 유럽풍의 전원주택, 오랜만에 맡아보는 흙 내음과 거름 냄새, 산수유처럼 노란 물감을 풀어놓고 있는 그림 동호회 회원들의 손놀림, 상큼한 춘정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는 돌담길... 누에고치가 실을 뽑아내듯 유유자적 걷기 좋은 산수유 마을 고샅길은 기분 전환에 제격인 봄맞이 산책 코스다.
* 3월 31일 오후 현재 산수유 개화 상태는 80%. 오늘 내일 중으로 마을 전체가 빈틈없이 샛노란 물결로 일렁일 듯.
이천 산수유 마을의 상징이기도 한 육괴정.
이곳의 산수유 역사는 조선 중종 기묘사화(1519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개혁가 조광조가 죽임을 당하자 그를 따르던 엄용순이라는 선비가
이 마을로 숨어들어 육괴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은둔했다.
그런 그가 푸른 나무처럼 절개를 이어가려는 뜻으로
여섯 그루의 느티나무와 함께 산수유를 심었던 게 그 시초라고 한다.
산수유 마을 도처에 텃밭과 함께 이국풍의 전원주택 단지가 들어섰다.
내가 찍는 사진은 패스트푸드, 화가들이 그리는 그림은 슬로푸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가들의 허락을 받고 촬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