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기, <꽃은 피고 인자 우에 사꼬>

by 길벗


꽃은 피고 인자 우에 사꼬

- 이중기(1957~)


꽃은 피고 인자 우에 사꼬

문을 열면 능금 밭 가득

능금꽃이 아찔하게 피어 있는

그 풍경 아득하게 바라보며

비명을 치는 노파

어깨 한쪽 맥없이

문설주로 무너진다


그 모습 힐끗 일별하던

네살박이 손주 놈이

되돌아오는 메아리처럼

중얼거리며 나자빠진다

꽃은 피고 인자 우에 사꼬


-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면

삶의 욕망이 샘솟는다.

그러나 절정의 순간에

절망적인 생각이 따르기 마련.

이 꽃을, 이 봄을 또 볼 수 있을까!

상념은 계절병처럼 도지고 만다.

지나간 봄날을 회상해 보니

세월이란 서글프고 잔인한 것.

차라리 꽃이 피지 않았더라면......

할미의 그 심정을 알까.

봄날의 새싹 같은 어린 손주의

리액션이 가라앉은 분위기를 살린다.


경북 영천에서 복숭아밭을 일구고 사는

농부 시인 이중기님이

꽃 피는 봄을 한탄조로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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