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앞 시멘트 바닥에서 풍찬노숙하는 애들을 만났다.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할까, 하나가 아닌 여럿이라 덜 외로워 보였다. 서로 어깨를 맞대고 있는 모습이 마치 서로 신세 한탄하고 서로 위로하는 듯 보였다.
제일 나이 든 애가 신세타령을 늘어놓는 중이었다. 어느 골바람이 슬그머니 씨앗을 내려놓는 그 순간부터 내 삶이 시작되었는데, 시종일관 맨땅에 헤딩이었다네. 뿌리내리는 일도, 싹을 틔우는 일도, 꽃을 피우는 일도. 한 마디로 기구한 팔자라네. 어쩌겠나, 태어나 보니 사람이요, 태어나 보니 길고양이요, 태어나 보니 하루살이요, 태어나 보니 잡초인걸. 파란만장한 내 일생을 책으로 펴낸다면 한두 권으로는 모자랄 것이라며 크게 한숨을 내쉰다. 다들 이 대목에서 그건 그렇다고, 나도 그랬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넋두리는 이어진다. 무심한 발길에 오늘 하루도 겨우 버텼는데 내일은 또 모레는... 곧 다가올 땡볕과 가뭄은 또 어떻게 견딜 것인지. 아니, 그전에 자식농사라도 잘 지어야 할 텐데...... 다들 숙연한 표정이다. 태어나 보니 꽃밭의 장미요, 태어나 보니 물가의 버드나무요, 태어나 보니 흙 한 줌 없는 시멘트 바닥의 잡초인걸.
금수저 은수저가 지천인 봄날에 제가 떠먹을 수저조차 없이 이 세상에 나온 생명체들. 냉이 꽃다지 꽃마리 민들레 씀바귀 쇠뜨기 괭이밥 토끼풀···. 누군가에게는 '잡초'라 불리는 하찮은 풀일지라도 물기 한 점, 햇살 한 줌 없는 보도블록 틈새와 담장 그늘에서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지구를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면 경이 그 자체다. 이들이 꽃을 피우고, 자식인 씨앗을 넉넉히 맺어 그 씨앗이 기름진 땅으로 날아가면 좋겠다. 이들이 써 내려가는 자서전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