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코스로 오래전부터 점찍어 둔 비장의 장소가 있다.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의 물미 연꽃마을이다. 설악면과 강촌을 잇는 왕복 2차선 도로를 벗어나 제법 굽이치는 고개를 하나 넘어야 닿는 오지다. 고갯마루에 오르자 마을과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그리 아늑해 보일 수가 없었다. 이 아름다운 마을을 아무나 쉽게 구경할 수 없도록 보물 찾기 하듯 산 너머 강변에 꽁꽁 숨겨놓은 듯하다. 마을은 홍천강을 끼고, 아담한 연꽃 호수를 품고 있다.
4월 24일, 송산2리 마을회관에 차를 세우고 바로 앞 호수로 향했다. 이날의 가이드는 마을회관을 지키는 강아지였다. 인기척을 느끼자마자 달려 나와 우리를 물가로 이끌었다. 낯선 이방인인 우리의 걸음에 맞추듯, 때로는 느리게 때로는 멈춰 서며 끝까지 시야를 벗어나지 않고 앞장섰다. 호수 둘레는 1.5km. 걸음을 아끼며 아주 천천히 돌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익숙한 흙냄새와 물 비린내, 상큼한 바람, 호수에 그림자를 드리운 아름드리나무들, 사이사이에 자리한 낚시꾼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신선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없이 바라보기만 해도, 그저 걷기만 해도 마음이 한없이 풀어지는 풍경이었다.
연꽃이 피기 시작하는 6월부터 8월까지는 입소문을 타고 찾는 이들이 늘 것 같지만, 주차장도 마땅치 않고 식당 하나 보이지 않는 걸 보면 아직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이어 7km 떨어진 청심 빌리지 쪽으로 이동해, 3.3km의 청평호 둘레길을 한 시간 반가량 걸었다.
이름을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꽃이 내게 다가오듯, 낯선 곳일지라도 나의 안식처라고 마음을 주면 금세 정이 든다. 앞에는 강과 호수, 뒤에는 산과 들이 있는 아담한 강변마을이자 한적한 산간마을. 강가에는 나른한 강바람을 실어 나르는 버드나무가 서 있고, 산주름 사이로 집과 논밭, 과수원이 띄엄띄엄 들어서 있다. 그리 예쁠 것도 없고 내세울 만한 풍경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강촌 특유의 그리움과 정겨움, 산촌의 아스라한 정취가 고스란히 흐른다. 자주 이런 곳을 찾아 한나절이나 반나절쯤 머물다 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