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벚나무에게 하는 것을 나는 너에게 하고 싶어.'
봄바람이 감미롭게 감겨드는 봄날이면 생각나는
파블로 네루다의 시구절이다.
나의 '인생 문장'이기도 한 이 근사한 표현이
서늘한 가슴에 훈훈한 봄기운을 불어넣어 준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도 먼저 인사하고 싶어지고
뭔가 좋은 일을 하고 싶은 충동이 일기도 한다.
'봄이 벚나무에게 하듯'이란 말을 되뇌다 보니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이 떠올랐다.
줄여서 '춘풍추상(春風秋霜)'이라고 쓴다.
남을 대하기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하고,
자기를 지키기는 가을 서리처럼 엄정하게 하라는 뜻이다.
참 많이 듣는 말이다.
남을 책망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책망하고,
자신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라,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극히 옳은 말씀이라 늘 마음속에 새겨둬야지 하면서도,
덕담이나 조언으로는 사용할지언정
내가 직접 남을 감싸거나 용서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나 자신의 경우는 처지를 충분히 알고 있지만
남의 경우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전후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네 인간관계에도 봄이 올 수 없을까.
봄이 언 땅에 온기를 불어넣듯,
봄이 차별을 두지 않고 만물을 부드럽고 포근하게 감싸 안듯,
내가 봄이 되어 다른 사람의 허물을 덮어주거나 다사롭게 안아주는 것.
대인 춘풍이란 이런 것이니
내가 봄이 되어 내 마음에도 꽃이 피어나고
얼어붙었던 인간관계도 활짝 꽃피우면 좋지 아니한가.
봄은 이러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벚꽃 피는 시간만큼 길지 않은 우리 인생,
내가 봄이 되어도 좋을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