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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벚꽃이 만개한 국립서울현충원

by 길벗


국립서울현충원.

가족, 친지가 잠들어 있지는 않지만 봄 가을이면

산책 겸 꽃 구경, 단풍 구경하러 가 봐야지, 하는 곳이다.


4월 10일 찾았다.

개나리 진달래 산수유 목련 등과 함께 벚꽃이 활짝 피어

여느 벚꽃 명소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특히 줄기를 아래로 길게 늘어뜨린 수양벚꽃은

경건해야 할 현충원에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사람들의 시선과 웃음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현충원을 다 둘러보려면 최소한 반나절은 걸린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이 무렵 현충원을 찾는 이들의 8할은 수양벚꽃을 보기 위함이고

또 이들의 8할은 개울이 흐르는 현충천길에 모여 있다고 보면

크게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수양벚꽃을 비롯 온갖 봄꽃들이 제각각 자태를 뽐내고 있는 곳이다.

현충지도 빼놓을 수 없다. 계절을 그대로 담고 있는 아담한 연못으로,

현충천길 바로 옆이다.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도 현충원을 찾는 건

이곳에 잠들고 계신 분들께 적잖은 위로가 되리라.

한 시간가량 꽃 구경을 마치고 묘역 주변을 걷는 한 시간 내내

하릴없이 놀러 왔다는 생각보다 엄숙한 마음이 앞섰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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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코스는 이렇다.

정문 뒤 만남의 집 앞 주차장 - 메타세쿼이아 숲 - 연못(현충지) -

- 현충천길 - 독립유공자 묘역 - 절(호국지장사) - 박정희 대통령 · 육영수 영부인 묘

- 장군 제1묘역 - 솔내길 - 현충탑 - 현충문 - 주차장. 걷는 시간만 2시간 걸렸다.

지대가 비교적 높은 호국지장사, 국가원수 묘소, 장군 묘역, 솔내길로 통하는

3km의 순환로 곳곳에 주차 공간이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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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bcf9541-2890-4dc5-bb48-0c89f5bf615c.jpg?type=w966 현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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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efcb13e-96a1-4726-8086-93a9a1085a58.jpg?type=w966 현충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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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원 내 산자락에 절집이 하나 있다. 호국지장사.

9세기 후반에 풍수지리설의 대가인 도선국사가

'갈궁사'란 이름으로 창건해다고 전해온다.

한국전쟁 이후에 이곳에 국립묘지가 들어섰고,

1983년에는 호국지장사로 이름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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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원 하면 누구나 죽음의 공감을 염두에 두기 마련이지만

호국영령을 모신 곳답게 공원 이상으로 조경이 빼어나다.

50년 넘게 산림지역에 일반인의 접근을 통제하고

인위적인 훼손을 금지하는 등 철저한 보호 덕에

도심에도 불구하고 자연 생태 또한 잘 보존되어 있다.


처음 이곳을 찾는 이들은 의외로 아늑하고 평화로운 정경이

펼쳐져 참, 잘 꾸며놓았구나 감탄하기 마련이다.

아는 이들은 안다. 아름다운 현충원의 사계절을.

수양벚꽃 등 각양각색의 꽃나무로 화려한 봄날,

배롱나무와 짙은 숲 그림자 일렁이는 여름날,

은행나무를 비롯한 오색 단풍과 낙엽이 어우러진 가을,

지고지순한 설경의 산책로가 돋보이는 겨울.

'현충원 순례길'이라고 이름 붙여도 좋을 산책로도 명품이다.

작은 개울 따라 걷는 현충길, 장군 묘역부터 유격부대 전적비까지 이어지는

솔내길은 덩치 큰 은행나무와 밤나무가 열병식을 하듯 양쪽으로 도열해 있어

어느 계절이든 쾌적한 산책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곳곳에 쉼터를 조성해놓아 누구나 살아생전의 안식을 누릴 수 있으니

이 또한 호국영령의 덕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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