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도 잠든 밤 산책길.
낯익은 향 앞에 멈춰 선다.
라일락이다.
♪웃음 짓는 커다란 두 눈동자 긴 머리에
말 없는 웃음이/라일락꽃향기 흩날리던 날
교정에서 우리는 만났소~♩
은은한 라일락 향이 '우리들의 이야기'를
흥얼거리게 한다.
사실 젊었을 때는 라일락이란 꽃을 몰랐었다.
그냥 향기 나는 이름 모를 꽃일 뿐이었다.
'우리들의 이야기'가 나의 애창곡이 되고
가사로 등장하는 알지도 못하는 '라일락'이
내 젊은 날의 감정과 시간이 농축돼 있는 꽃으로
뇌리에 깊이 박힌 것이다.
그 후로 내게 라일락은 꽃말인
'젊은 날의 추억', '옛사랑의 감동' 그대로다.
라일락 향이 잠들어 있던 추억을 깨운다.
어둠 속에서 잠들지 않고
빛나는 저 하늘 별 하나.
불현듯 눈앞이 흐려진다.
아내가 옆에 있어도 굳이 감추지 않는다.
아내인들 왜 아득한 별 하나 없을까.
아니 아내의 눈치보다도
다른 감정의 낭비 하나 없이
오롯이 추억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살랑살랑 봄바람,
서서히 물들어가는 싱그러운 연두의 물결.
라일락 향은 여전히 감미롭고
별 하나는 아득한 세월의 저편에서
여전히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