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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마리

by 길벗


작고 가녀린 야생화를 만나면

좀체 눈과 발을 떼지 못한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어떤 야생화는 뿌리째 캐서

집 베란다 화분에 옮겨 심고 싶은 유혹까지 생긴다.

앙증맞은 자태를 뽐내는

복수초, 바람꽃, 노루귀, 얼레지가 그런 유인데

최근 들어 꽃마리가 눈에 확 들어왔다.

꽃마리의 매력은 은근함이다.

연한 하늘색에 노랑.

여느 봄꽃처럼 화려하지도 않고 소박하고 차분하다.

요란스럽지 않은 아름다움이 꽃마리의 미덕이다.


오늘 산책길에 꽃마리를 만났다.

물 맑고 공기 좋은 심산유곡에

뿌리내려야 마땅할 듯싶은데

청탁(淸濁)을 가리지 않고

도심 한가운데에서 그 자태를 보여주니

얼마나 고맙고 사랑스러운지,

꽃마리를 노래한 시인도 있는데

이쁜 것을 앞에 두고도 시 한 수 짓지 못하는 나는

무릎 꿇고 최대한 자세를 낮춰

스마트폰에 꽃마리를 담는 것으로

애정과 감사를 표했다.

* 꽃마리는 꽃대의 윗부분이 말려 있어서 얻은 이름이다.


꽃마리

- 박진선


너무 작아

자세히 보아야 꽃으로 보이는 꽃

농부들은 풀이라 뽑아버리고

꽃밭에서도 풀로 취급받아

풀처럼 버려지기도 하는 가녀린 꽃마리


하지만 나는 안다네

신비한 푸른 눈을 가진 천상의 꽃이라는 것을

꽃빛이 눈이 시려 크면 그 모습 취할까

자기를 작게 만든 겸손함의 꽃이여

심해의 향기 푸른 하늘

푸른 기운 담아 꽃으로 피었다네

사람들은 왜 모를까 신비한 푸른 꽃빛

천상의 꽃 꽃마리를


바라보고 있으면

푸른 향기에 눈물이 난다

아름다운 꽃빛이여

애처로울 듯 아련한 꽃이여


이 세상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별처럼 빛나는 사람이 있다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보석같이 빛나는 사람들이 있다

천상의 꽃빛 가진 꽃마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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