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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여울

by 길벗


김소월의 시 <개여울>을 좋아한다.

오래전에 나온 같은 제목, 같은 가사의 정미조의 노래도 좋아한다.

호소력 짙은 음성과 곡도 반할만하지만 가사가 더 마음을 건드렸다.

시에 대해선 개뿔도 모르지만 너무나도 시적인 가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유명한 소월의 시(詩)인 지도 모르고 말이다.


개여울

- 김소월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히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 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헤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約束)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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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봄날,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라는

구절이 상념에 잠기게 한다.

봄기운에 헤적이는 춘정을 부추기며

어느 한적한 개여울로 인도를 하는 듯하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러한 약속(約束)이 있었겠지요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이 두 대목은 딱 뭐라 시원하게 풀어낼 길이 없다.

소월이 이별을 노래했다는 건 대략 눈치챌 수 있지만

님과의 이별이니 하는 통속적인 풀이가

신비로운 안개를 걷어가는 몹쓸 바람처럼

자칫 시의 멋과 맛을 떨어뜨릴 수 있으니

그냥 아무런 토를 달지 않는 게 좋겠다.

미당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의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와

유사한 분위기다.


알 듯 모를 듯해서 막막하고, 알 수 없는 오묘함이 먹먹하게 만드는 '개여울'.

정미조의 노래를 곁들여 낭랑한 목소리로 읊조려봄이 어떨지.

이 봄날,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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