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음 산과 들을 찾으면 망태기 하나 짊어지고
허리 숙여 쓰레기 줍는 듯한 사람들을 쉬 만날 수 있다.
모르는 이들에겐 쓰레기로 보일지 모르지만
이들에겐 놀이요, 부수입을 챙기는 일이다.
봄나물이요, 산나물이다.
이런 풍경은 오래전 고향의 추억을 되살려 준다.
주변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평지라곤
논과 밭뿐이었던 그때 그 시절.
아롱아롱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나른한 봄날,
살랑대는 봄바람에 꽃향이 골목길을 배회하고
치맛자락까지 흩날리게 하는데
여인네들의 마음이 어찌 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징검다리만 건너면 지천으로 새순 돋아나는
둑방길이고 저만치 산에는 꽃들이 여기저기서
망울을 터트리는데.
다들 생각은 빤하다.
결국 춘정을 못 이겨 도랑에서
빨래하던 이웃끼리 작당하여
콧노래 흥얼거리며 들로 산으로 나갈 수밖에.
바깥출입이 쉽지 않은 옛 아낙네들이
'봄바람'을 가라앉히기 좋은 게
바로 봄나물이었다.
밥반찬, 비빔밥 핑계 대며
합법적인 나들이를 갔던 것.
봄도 보고 봄도 따는
옛 아낙네들의 봄 소풍이었다.
"꽃바구니 옆에 끼고 나물 캐는 아가씨야~"
어찌 나물만 따왔겠는가.
꽃도 한 바구니 땄을 터.
살랑살랑 봄바람 따사한 봄 햇살 속에
영양만점의 나물을 캐고 먹는 재미,
화사한 꽃놀이만 못할까. 꽃은 덤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