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봄나물

by 길벗


이즈음 산과 들을 찾으면 망태기 하나 짊어지고

허리 숙여 쓰레기 줍는 듯한 사람들을 쉬 만날 수 있다.

모르는 이들에겐 쓰레기로 보일지 모르지만

이들에겐 놀이요, 부수입을 챙기는 일이다.

봄나물이요, 산나물이다.

이런 풍경은 오래전 고향의 추억을 되살려 준다.

SE-59acd622-d104-4aff-a6f7-cf86af52ff85.jpg?type=w966


주변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평지라곤

논과 밭뿐이었던 그때 그 시절.

아롱아롱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나른한 봄날,

살랑대는 봄바람에 꽃향이 골목길을 배회하고

치맛자락까지 흩날리게 하는데

여인네들의 마음이 어찌 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징검다리만 건너면 지천으로 새순 돋아나는

둑방길이고 저만치 산에는 꽃들이 여기저기서

망울을 터트리는데.

다들 생각은 빤하다.

결국 춘정을 못 이겨 도랑에서

빨래하던 이웃끼리 작당하여

콧노래 흥얼거리며 들로 산으로 나갈 수밖에.


SE-89515e99-b18f-4779-9101-4936910a7659.jpg?type=w966


바깥출입이 쉽지 않은 옛 아낙네들이

'봄바람'을 가라앉히기 좋은 게

바로 봄나물이었다.

밥반찬, 비빔밥 핑계 대며

합법적인 나들이를 갔던 것.

봄도 보고 봄도 따는

옛 아낙네들의 봄 소풍이었다.

"꽃바구니 옆에 끼고 나물 캐는 아가씨야~"

어찌 나물만 따왔겠는가.

꽃도 한 바구니 땄을 터.

살랑살랑 봄바람 따사한 봄 햇살 속에

영양만점의 나물을 캐고 먹는 재미,

화사한 꽃놀이만 못할까. 꽃은 덤일 뿐.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서산 한우목장 - 서산 목장 카페 - 문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