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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주 드 라 투르, <목수 성 요셉>

by 길벗


자세히 보고 오래 보면 사랑스러운 건

풀꽃만이 아니다. 그림도 그렇다.

17세기 프랑스 화가 조르주 드 라 투르

(Georges de La Tour, 1593~1652)의

<목수 성 요셉>이란 작품이다.


첫눈에 들어온 그림은 솔직히 별로였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자세히, 오래 보니 소년의 양손에

가려 잘 안 보이던 촛불이 보였다.

그림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촛불이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한

옛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전기가 들어오기 전, 그리고 정전이 될 때마다

어둠을 밝히던 그 촛불이다.

촛불 세대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소년의 두 손동작에 주목하게 된다.

혹시 촛농이 흘러내릴지도 모르는 초를

한 손으로 받쳐 들고 또 한 손은 행여나

촛불이 꺼질세라 손바닥으로 바람을 막는 동시에

불빛이 퍼져나가지 않도록 했던 것.

그 순간을 되새김해 보면 기도하는 마음 그대로였다.

Georges_de_La_Tour,_St_Joseph_the_Carpenter,_1645,_Oil_on_canvas,_137_x_101_.jpg?type=w1 조르주 드 라 투르, <목수 성 요셉>, 캔버스에 유채, 137x102cm, 1642, 파리 루브르박물관

제목으로 볼 때 등장인물은

어린 예수와 그의 양부인 성 요셉이다.

어린 예수가 촛불을 들어

성 요셉의 일을 돕고 있는 장면이다.

빛과 어둠의 효과가 극명하다.

촛불을 들고 있는 예수의 모습이 티 없이 맑다.

촛불이 바람에 꺼질세라

한 손으로 바람을 막고 있는데 손이 환하다.

마치 빛이 투과하는 있는 듯하다.

예수의 얼굴도 환하다.

예수의 얼굴에서 빛이 나오는 듯하고

그 빛이 다시 성 요셉을 비추며

주름진 이마와 몸이 드러난다.

예수가 어둠을 밝히는 세상의 빛이라는

상징성을 묘사한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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