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를 타고 지방을 다녀왔다. 고속도로는 온갖 눈치작전이 난무하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곳이다. 물론 도로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운전자가 그렇단 얘기다. 물론 모든 운전자가 다 그렇다는 게 아니라 일부만 그렇단 얘기다.
톨게이트 진입부터 눈치를 본다. 어느 통로로 들어가야 빠를지. 고속도로에 들어서면 눈치작전과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우선 무인 카메라의 눈치부터 봐야 한다. 스마트한 내비 씨가 미리 카메라 위치를 알려주기에 정답을 알고 푸는 문제지만 깜박하다가 오답을 내기도 한다. 속도를 올려 1차선으로 질주하다 보면 어느새 뒤차가 바싹 붙어와 눈치를 준다. 2차선에서도 앞뒤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적당히 눈치 보며 추월도 해야 하고 또 추월도 허용해야 한다.
이렇게 운전을 하다 보면 고속도로 주행이 길(道)을 가면서 길(道)을 닦는 수도(修道) 행위처럼 느껴진다. 그렇다. 고속도로는 순례지로 인도해 주는 성스러운 길이 되어야 하며 그 길 위에서는 누구나 다 수행자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