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보면 절로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이즈음은 정훈희의 노래를 통해
귀에 익은 <꽃밭에서>가 제격이다.
꽃밭에서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름다운 꽃이여 꽃이여
이렇게 좋은 날엔 이렇게 좋은 날엔
그 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름다운 꽃송이
한동안 잊고 있었던 오래된 이 노래가
3년 전 가을 방송을 탔다.
김영옥 나문희를 비롯한 원로 탤런트와
중견 탤런트 몇몇이 합창단을 구성하여
포천의 화적연이란 곳에서 버스킹 공연을 했다.
마침 어느 중년 여성 탤런트가 근처에 살고 계신
노모를 이 자리에 초청했는데
그 탤런트가 어머니를 마주하며 '꽃밭에서'를 불렀던 것.
아주 고운 목소리로 나직하게 차분히 부르다가
북받치는 감정에 어느새 떨리는 목소리......
결국 그녀는 끝까지 부르지 못했고
같이한 다른 사람들이 이어서
겨우 끝을 낼 수 있었던 그 장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그녀는 지금 바로 앞에 계신
어머니가 안 계신 이 세상을 떠올리며
"이렇게 좋은 날에 그 님이 오신다면"이란
부분에서 목이 메었을 것이다.
절절한 그리움이 녹아든 그 애틋함은
목석같은 내게도 깊은 울림을 안겨준 것.
그러다가 며칠 전 올 4월,
가늣한 바람에 벚꽃이 하염없이 떨어지고
떨어진 벚꽃 잎이 소보록 쌓여 있는 길을 지나치는데
열린 차창을 통해 정훈희의 <꽃밭에서>가
들려오는 게 아닌가.
나도 따라서 흥얼거리다가 어느 순간
방송의 그 장면이 떠오르고
절정의 봄날 풍경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눈물 한 움큼 쏟아낼 뻔했다.
좋은 곳에서 좋은 것을 먹거나 좋은 것을 볼 때
마냥 좋아해야 하는데
까닭 모를 감정에 이끌려 나 스스로 가슴 저리고
때론 회한과 슬픔에 젖어
눈시울이 붉어질 때가 잦게 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