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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한우목장 - 서산 목장 카페 - 문수사

by 길벗


푸르른 초지를 좋아한다.

왕릉이나 제주의 오름을 연상케 하는

완만한 구릉 형태의 목장이면 더 좋다.

목장이 많은 대관령을 자주 찾는 이유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갈 때는

길 주변으로 느릿하게 이어지는

한우 목장의 구릉을 보기 위해

고속도로 대신 일부러 국도를 이용하기도 하니

내 전생이 풀 뜯어먹는 소나 양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서산(운산)과 해미를 잇는 647번 지방 도로는

나지막한 구릉의 목장 지대를 통과한다.

도로 옆으로 드넓게 펼쳐진 초원 사이로

그림 같은 벚나무 터널이 이어져

특히 봄날이면 누구나 걸어보고 싶은

강한 충동이 일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다.

그러나 늘 '출입 금지'였다.

작년 12월부터 제한적으로 개방을 했다.

4월 15일 다녀왔다.


연초록 구릉들이 이 지역 사투리만큼이나

느릿하게 이어지는 모습,

그 위를 흰 구름이 양 떼처럼 배회하는 파란 하늘,

제 몸 휘어지도록 주렁주렁 하얀 꽃송이를 달고 있는

벚나무와 가축들이 먹기 좋은 온갖 들풀과 들꽃들이

뷔페처럼 널려 있는 곳.

이런 데서 사는 가축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나 역시 행복감을 느끼며 마치 전생에 그렇게 했던 것처럼

풀밭에 풀어놓은 소나 양이 되어 목장 길을 휘젓고 다녔다.

미 개방 지역은 철조망 앞에서 서성이기도 했고

초지에 둘러싸인 집을 부러운 눈으로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했다.

SE-2b48b05d-3192-451a-a54e-c8e07914bbb3.jpg?type=w966 서산 한우목장 중 미 개방 지역(아래 사진 네 장 모두 미 개방 지역이다). 길가에서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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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한우목장 웰빙 산책로라는 이름의 서산 한우목장 길은 짧아서 아쉽다.

완만하게 이어지는 2.1km. 천천히 걷는다면 한 시간가량 걸린다.

입장료와 주차료는 없다.


서산 한우목장으로 부르는 이곳의 정식 명칭은 농협경제 지주 한우개량사업소다.

농협의 우량 한우 개발을 위한 목장으로, 국가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자산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한우용 인공수정 냉동 정액을 생산하는 목장이다.

전국 소의 약 97%가 이곳의 씨를 받아 태어난다.

횡성한우를 비롯한 전국 유명 한우들의 '아버지'가 이곳에 다 모여 있는 셈이다.

여기 소가 잘못되면 대가 끊긴다. 목장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까닭이다.

목장의 전체 면적은 348만 평이다.

현재 목장에는 씨수소 100마리를 포함해 약 3000마리의 소가 살고 있다.

씨수소는 씨를 생산하는 소를 일컫는다.

우수한 씨수소 한 마리를 생산하는 데 보통 60개월이 걸리고

드는 비용은 약 20억 원이라고 한다.

씨수소 한 마리가 보통 인공수정 10만 회 분량의 정액을 생산,

약 7만 마리의 송아지를 낳는다.

그러니 소 한 마리의 시가를 감안하면

씨수소 한 마리가 창출하는 경제효과는 2천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60년 전 설립 당시는 김종필 씨가 주인으로

삼화 목장이란 간판이 붙어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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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5b285e4a-7766-4cc4-8a9d-bbbbcd9c19e0.jpg?type=w966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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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벚꽃 개화 상태로 볼 때

서산 한우목장의 파스텔톤 감성의 꽃길은

적어도 4월 20일(일)까지는 '목가적'

그 이상의 감동을 안겨줄 듯싶다.



서산 한우목장을 찾기 전 5km 근처에 있는

<서산 목장 카페>에서 식사를 했다.

예상외로 규모도 크고 주변 경관도 빼어나다.

차와 식사류가 나온다.

무난한 가격에 무난한 맛이다.

서산 한우목장을 둘러본 뒤 5km 거리의 문수사를 들렀다.

겹벚꽃으로 유명한 절집인데 겹벚꽃은 아직 일러 황량했고

보기 드문 홍벚꽃이 절집 앞에서 농염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SE-ff4adcc4-9eaf-4fed-b128-9def0c971630.jpg?type=w966 서산 목장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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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8bf57cc7-c5ee-489b-9613-645c7830931d.jpg?type=w966 문수사 앞 홍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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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fb4b54ad-bc34-4d01-b56f-3f8bd3cfa19a.jpg?type=w966 문수사


근처로는 가볼 만한 곳이 수두룩하다.

겹벚꽃 청벚꽃이 고풍스럽고 단아한 절집을

포대기처럼 감싸 안으며 꽃대궐을 이루는 개심사,

'백제의 미소'로 유명한 서산 마애삼존불상,

천주교 성지인 해미읍성 등이다.

개심사와 문수사는 4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 봄꽃 절정기다.

이때는 절간이 상춘객들로 저잣거리를 방불케 한다는 점이 걸린다.

꽃구경으로는 산자락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아담한 호수인

용비지가 최고이나 철저하게 출입을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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