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세일(Sale)을 좋아한다.
제값보다 싸게 팔고 사는 할인 말이다.
세일 갔다 온 날은 돈을 쓰고도 돈을 번 듯, 득의양양하다.
내가 뭐 좀 사 달라 하면 지금 세일 중인지부터 알아본다.
나는 그 물건이 지금 당장 필요하고
또 바로 즉시 구입해야만이 직성이 풀리는데
아내는 오로지 세일, 세일이다.
세일할 때까지 기다리란다.
기회비용을 생각해 보라는 둥 뭐라고 한마디 해주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하지만 당장 그 입으로 아내가 해주는 밥이
들어갈 거라 생각하니 절로 입이 꼭 다물어지고 만다.
아내는 왜 이리도 세일에 집착할까, 분석을 해봤다.
나는 당시 결혼 적령기보다 10년 정도 늦은
38살에 맞선을 보고 결혼을 했다.
상품으로 치자면 나를 '세일'로 내놓은 거나 마찬가지.
그때 아내가 나를 선택해 재미를 톡톡히 봤다 싶은지
그 후로 세일을 엄청 밝히게 된 거라고.
그럼 내 경우는?
아내는 당시 33살, 나는 당장 아내가 필요해서 맞선 본 지
겨우 3개월 만에 결혼식을 올렸으니...
그러니까 나는 필요하면 당장 구해야 하는 스타일인 것.
아내는 '1+1(원 플러스 원)'도 좋아한다.
결혼 전 나의 누나는 농반진반, 내게 이런 충고를 했다.
결혼이 늦으면 2세의 교육이 가장 문제가 되니
사고(?)라도 쳐서 어디서 애라도 키워 놓는 게 어떠냐고.
혹시 그때 아무도 모르게 2세를 생산,
딸린 자식과 함께 아내에게 청혼을 했더라면
곧 1+1(원 플러스 원)이니
아내가 쌍수를 들어 환영했으리라.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들 하지만
가끔 이런 발칙한 상상의 자유를 누리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