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는 무얼 먹어도 맛있다. 막걸리는 더 그렇다. 막걸리의 매력은 벌컥벌컥 들이켜는 데 있다. 막걸리는 소주처럼 도수가 높지 않아 누구에게나 만만하고 맥주처럼 시원하지 않아도 되니 산에서는 그야말로 딱이다.
남자들의 산에 한번 가자는 얘기는 막걸리 한잔하러 가자는 것과 같은 뉘앙스를 풍기기도 한다. 걸쭉한 막걸리 한 잔으로 산행의 갈증도 해결하고 심정의 허기도 달래고 서서히 취하면서 마음까지 열게 하는 막걸리가 있는 근교의 산은 남자들의 사랑방이나 마찬가지다. 하나 도가 지나치다. 근교 산을 오르다 보면 내려오는 산객들의 반 이상은 땀 냄새보다 막걸리 냄새가 더 강하다. 게다가 물 맑은 계곡이나 경치 좋은 정상에는 어김없이 막걸리 팀이 장시간 포진을 하고 있어 다른 산객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기도 하다.
단체 산행에서 그리 위험하지 않은 산을 행선지로 잡는 이유가 막걸리 때문이 아닐까도 싶다. 7080 시대의 막걸리는 걸쭉한 토론을 이끌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는데 요즘은 산행 인구, 음주 산행 인구 증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 볼 일이다. 산에서의 음주 보행, 음주운전 이상으로 위험하다. 여러 사례를 목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