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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산 그랜드밸리(강원도 원주)

by 길벗


강원도 원주의 소금산. 343m에 불과하지만 '작은 금강산'이란 이름에 걸맞게 볼거리가 많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세 번을 찾았다. 첫 번째인 2014년에는 유격훈련을 방불케하는 수직으로 치솟은 공포의 404 계단 때문에 다시는 안 온다 마음먹었지만 이후로 두 번을 더 올랐다. 두 번째인 2017년에는 협곡을 흐르는 비췻빛 물색과 아기자기한 산세가 떠올라서, 세 번째인 2018년에는 새로 생긴 출렁다리가 마음을 출렁이게 해서 찾았다. 소금산은 매력덩어리였던 것. 그런 소금산에 울렁다리와 잔도와 에스컬레이터가 놓이더니 이제 케이블카까지 하늘을 날고 있다. 한 마디로 종합선물세트 같은 명소가 되었다. 이름도 소금산 그랜드밸리로 격상되었다.


4월 23일 네 번째로 찾았다. 주차장을 벗어나 몇 곳의 음식점과 카페, 편의점이 있는 상가 지역을 거쳐 출렁다리 입구 매표소에서 본격적으로 트레킹을 시작한다. 출렁다리까지는 나무 계단길을 올라야 한다. 계단 10개마다 계단 수가 표시돼 있다. 540계단이다. 땀이 흐르다가 마르기를 두세 번.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 코스다. 계단길이 힘들면 주차장에서 케이블카를 타면 된다. 10분여 계단길을 다 오르면 고생 끝에 낙이 온다,라는 말처럼 걷기 편한 길이 끝까지 이어진다. 야생화 꽃밭인 하늘정원을 거쳐 데크 산책로다. 여기까지는 맛보기에 불과하다.


하이라이트는 소금 잔도다. 소문은 들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제법 스릴이 있다. 잔도는 353m밖에 안 되지만 발길은 더디기만 하다. 곳곳이 포토 포인트인 까닭이다. 저 아래를 내려다보면 청정 계류가 굽이굽이 흐르고 기암괴봉이 병풍처럼 우뚝하다. 산은 물이 있어 돋보이고 물은 산이 있어 아늑해 산수 간에 어찌 저리도 찰떡궁합을 이룰 수 있을까,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잔도 옆 벼랑에는 고사목과 아름드리 소나무가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 이 아담한 산에 운치와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이 산자수려한 풍경 앞에 나는 연신 카메라 셔터만 눌러댈 뿐이다.


다음은 스카이 타워다. 150m 상공에서 소금산 일대를 조망할 수 있다. 이어 울렁다리다. 협곡 건너편으로 가는 다리다. 제법 웅장하다. 옛날 소금산을 오를 때 이쪽 산과 저쪽 산을 연결하는 다리나 곤돌라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는데... 다리 길이가 404m란다. 그러고 보니 옛 등산로나 다름없었던 마의 404계단이 연상된다. 소금산 정상을 올려다보니 붉은 철제로 만든 옛 계단이 보인다. 다시 한번 도전해 볼까 싶었지만 옛 등산로는 폐쇄되었다.


마지막 코스는 에스컬레이터다. 산에 웬 에스컬레이터?라고 할지 모르지만 산행을 해본 사람은 안다. 올라갈 때보다 내려오는 게 더 위험한 것을. 그리고 무릎에 부담이 상당하다는 것을. 200m 정도는 내려가는 듯하다. 굿 아이디어!다.


트레킹 코스를 섭렵하고 나니 뭔가 아쉬웠다. 좀 더 즐기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코스에 없는 걸음을 했다. 발걸음을 주차장 반대편에 위치한 범바위 쪽으로 옮겼다. 다리(소금산교)를 건너니 걷기 편한 목조 데크길이 이어진다. 범바위의 유래는 알 수 없으나 호랑이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듯한 형상의 암벽이다. 범바위의 존재를 몰라서인지 찾는 이는 아무도 없다. 가까이서 흐르는 계류를 보니 산과 물이 같이 흐르는 듯 유연하다. 잔도길과 울렁다리를 걸으면서 들떴던 마음이 착 가라앉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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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bd34eed-1728-4026-9e95-b19548a83068.jpg?type=w1 삼산천
SE-94cb13b8-cd85-4e5e-a853-ebe6fc692327.jpg?type=w1 오형제바위와 은주암
SE-d13a53e0-c4f2-4cea-bf3f-821a31f527a4.jpg?type=w1 출렁다리 오르는 계단길. '온 거리'와 '남은 거리'가 지도와 함께 표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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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618504a0-a092-4008-bcf3-59cc97f204d6.jpg?type=w1 계단에 '540'이라고 표시돼 있다. 계단 수다.
SE-34576e6c-0088-4c57-a50b-e7e1fcd3eb8c.jpg?type=w1 출렁다리 직전 쉼터
SE-7e71a28b-fda0-4513-baf1-ec299c28c632.jpg?type=w1 출렁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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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bcff588f-13f2-41dc-9ccf-b63952dcb5d6.jpg?type=w1 왼쪽은 울렁다리, 오른쪽은 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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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조심해야 한다. 코스 곳곳이 사진 촬영 명소이다 보니 자꾸만 스마트폰을 꺼낼 수밖에 없다. 출렁다리와 잔도, 울렁다리 모두 스릴감 극대화를 위해서인지 바닥에 틈이 듬성듬성,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쳤다 하면 저 깊은 협곡 속으로 비명횡사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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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69e7b9ed-c0fe-48a6-bc20-a3d8029a72c5.jpg?type=w1 왼쪽 위로 붉은색 철제 계단이 보인다. 옛 등산로 중 거의 수직으로 뻗은 '404 계단'이다.
SE-1e3470c0-b07b-4f12-94d9-e0357655c206.jpg?type=w1 스카이 타워에서 울렁다리로 내려가는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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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434e2246-af2f-4cd0-975c-76d274e97a68.jpg?type=w1 맞은 편 구조물은 스카이 타워
SE-cfb9e277-529c-4557-abfa-88315408ff2d.jpg?type=w1 다리(소금산교) 뒤로 보이는 구조물은 에스컬레이터다.
SE-4098421f-d7c5-40c9-8ae1-4ecb63ee3843.jpg?type=w1 범바위 가는 길
SE-80970568-5691-4d31-a786-14d653731c92.jpg?type=w1 범바위

소금산 그랜드밸리의 트레킹 코스를 요약하자면, 주차장 - 상가 지역 - 매표소 - 데크로드(540 계단) - 출렁다리 - 하늘정원 -데크 산책로 - 소금 잔도 - 스카이 타워 - 울렁다리 - 에스컬레이터 - 범바위 - 주차장, 3시간 정도 잡으면 된다.(안내도에는 주차장에서 울렁다리까지 5.3km, 2시간 반 걸린다고 돼 있다.) 케이블카는 주차장 매표소에서 출렁다리 앞까지 운행한다. 972m로 편도 5분 30초 걸린다. 캐빈은 8명이 탑승 가능하다.


스케일은 외국에 비해 떨어질지 모르나 아기자기함은 넘쳐나는 소금산 그랜드밸리. 어느 영화 대사처럼 포장만 된다면 선물로 주고 싶은 곳이다. 소금산 그랜드밸리를 즐기는 방법은 처음부터 끝까지 두 발로 걷는 것. 또는 주차장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출렁다리까지 가서 트레킹 코스와 합류하는 것. 마지막으로 케이블카를 타고 갔다가 아주 쉬운 코스만 걷고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는 것. 어느 방법이든 다 좋다. 가장 좋은 건 이 좋은 계절에 소금산을 찾는 것이다. 굽이굽이 청정 계류 따라 산을 나서면서 생각했다. 소금산을 어느 계절에 다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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