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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숲

by 길벗

산사를 자주 찾는 편이다. 산중의 아담한 암자면 더 좋다. 산중의 절집을 즐겨 찾는 이유는 산사 특유의 청신 고요함에 매료되어서다. 빈 산에 빈 절, 적막 고요를 깨트리며 멋진 풍경(風景)을 만들어내는 풍경(風磬) 소리와 독경소리를 밟고 거니는 걸음걸음은 그 자체만으로도 또 하나의 풍경이요, 운치 그 자체다.

산사의 숲은 또 어떤가. 산중 숲길을 거닐다 보면 '도장'이란 단어가 생각난다. 불교에서 도장(道場)이라 쓰고 도량(道場)으로 읽는다는 바로 그 단어다. 도장 또는 도량은 도량수(道場樹)'의 줄임말이다. 석가모니가 그늘에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보리수나무를 일컫는다. 그래서 각수(覺樹), 도량수(道場樹)라고도 불린다.불교가 널리 퍼지면서 도장은 개인이 심신을 단련하는 장소를 가리키는 말이 됐고 절집은 도량이라고 부르게 됐다. 그래서일까 산사를 품은 숲에 들면 묘한 아우라가 느껴진다. 몇 발짝 떼지 않아도 맘과 몸이 한없이 정화되며 안온해진다. 불자가 아닌 나는 절집보다는 숲에 이끌려 산사를 더 자주 찾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내겐 산사의 숲이 도량인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마음 설레는 산사의 숲을 꼽아본다. 순천의 선암사 삼나무 숲, 송광사에서 불일암 가는 숲길, 고창 선운사 숲길, 청도 운문사의 소나무 숲을 비롯, 울주 석남사, 문경 김룡사, 제천 정방사, 영월 법흥사, 원주 구룡사, 춘천 청평사, 아산 봉곡사, 오대산 월정사 · 상원사······ 사색과 산책을 즐기기에 제격인, 가까운 산사 몇 곳은 무시로 찾는다. 수원 봉녕사, 이천 영원사다. 두 곳 다 비구니 사찰이다. 모두 오르내림이 없는 평지 흙길인 데다 짙은 숲 그늘이 청량감을 더해준다. 새소리와 이파리들이 서로 비벼대는 소리 들어가며 한 발 한 발 내딛다 보면 마음이 정갈해지며 '옴마니 반메훔'이 절로 읊조려진다. 호젓한 가운데 숲이 주는 혜택을 오롯이 누릴 수 있는 산사의 숲을 거닐어보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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