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물건을 좋아한다. 장식품이 아니라 쓰임이 있는 것들 말이다.
손때가 묻어 겉이 반질반질하고 모서리도 닳아 뭉툭해져 쓰기에 만만한 것들.
우리 집에는 그런 것이 없어 가끔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오늘 아침 티 테이블을 닦다가 문득 생각이 미쳤다.
거실 소파 앞을 다소곳이 지키고 서 있는 작은 테이블
(사이드 테이블 또는 삽입식 테이블).
구입한 지 한 17년, 우리 집에서 가장 어린 가구다.
가구라고 명함 꺼내기가 민망한, 값도 싼 데다
작은 키에 단아한 체구지만 일은 제일 많이 한다.
우리 부부의 아침 식탁이고 간식 테이블이다.
늘 신문이나 리모컨이 얹혀 있거나 간혹 고양이의 거처가 되기도 한다.
소파에 파묻힌 내가 두 발을 올려놓기도 한다.
거울을 올려놓고 면도도 한다.
늘 이 테이블을 중심으로 가족이 모이기도 한다.
싼 가격표 하나 보고 그냥 덜컹 들였는데 이렇게 열일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
아직은 흠 하나 없는 예민한 시기라 손길이 조심스럽다.
이제 좀 더 연륜이 쌓이면 나이테 대신 여기저기 주름이 자글자글 새겨지겠지.
우리 집 테이블. 아직 '오래된 것'에 명함을 올릴 수는 없지만
세월이 흐르고 흘러 언젠가 브랜드를 붙이자면
'Since 2008'이라고 표기할 수 있겠다.
제품의 질이나 기술 같은 건 따라잡을 수 있지만 역사란 결코 따라잡을 수 없다.
여느 고가구처럼 장식용이 아니라 꾸준히 쓰이면서 연륜이 쌓이는 것들의 가치.
불현듯 '나'라는 '오래된 것'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는 그간 쓰임 대로 쓰였는가. 열일을 해왔는가. 세월에 걸맞은 모습인가.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을 마모시키는 것.
세월의 파도에 씻기고 깎여가면서도
넉넉하고 아름답게 다듬어진 몽돌처럼 둥글둥글 변해가는 것.
테이블에서 커피 한잔 하며 나의 브랜드 'Since1957'을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