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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짧다

by 길벗

꽃 그리워 하는 봄이 아니라 이제 꽃 피는 봄이다.

매화는 관능적인 맵시에다 청아한 향으로

산수유는 햇살에 빛나는 샛노란 왕관으로

화양연화(花樣年華)를 뽐내고 있고,

목련은 곧 말문이 트일 듯한 옹알이로

진달래와 개나리는 우리의 토종 정서를 자극하며

세상에 출생 신고를 하고 있다.

발걸음을 조심해야 할 정도로

냉이꽃도 돌나물도 민들레도 제법이다.

시인의 감성을 빌리지 않더라도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모두 요 며칠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95세에 생을 마감한 버너드 쇼(1856~1950)가

생전에 직접 새긴 그의 묘비명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은

제대로 된 번역이라고 할 수 없지만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말이

여러 번역 중 가장 널리 회자되고 있으니

우리 인생처럼 변덕스러우면서도 아름답고

아름다우면서도 짧디짧은 봄의 묘비명에 적용해도 되겠다.


봄은 어김없이 찾아오지만 중요한 건

단 한 번뿐인 올봄이다.

수십 번의 봄을 보면서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라고

한 봄은 얼마나 많았던가.

봄은 짧다.

우물쭈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4월 2일 가까이 다가온 봄의 다양한 표정을 담았다.

봄은 실제 보이는 것보다 더 가까이에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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