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일, 날 푹하고 하늘 맑으니 참 좋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꽃 구경 가기 딱 좋은 날인데 갑자기 한 친구가 술 한잔하잔다.
사골 국물 우려내듯 '그냥 한 잔', 늘 쓰던 그 핑계 같으면 모를까,
이날만큼은 내 집 근처 석촌호수 벚꽃 축제 구경하러 온다는데
감히 거절할 재간이 없었다.
그러나 벚꽃이 활짝 피었을까, 내심 신경이 쓰여 일단 내가 확인해 보고
전화를 다시 주마고 했다.
점심 먹고 석촌호수로 나 홀로 답사를 갔다.
석촌호수는 걸어서 3분 남짓, 너무 가까워서 잘 찾지 않는 곳이다.
마치 잡아둔 물고기처럼.
석촌호수에는 산수유 목련 살구꽃 등은 만개했는데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벚꽃은 아직 봄기운이 부족한지
자잘한 꽃망울만 잔뜩 단 채 사람들의 마음을 애태우고 있었다.
벚꽃이 활짝 피지 않은 것도 아쉬웠지만
당장 친구와의 술자리를 연기해야 한다는 게 또 애석했다.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술자리나 꽃 구경처럼 좋은 건 아껴두는 것도 좋지 않냐고.
다시 친구가 답장을 보내왔다.
벚꽃이 만개하는 날 배로 즐기자고.
낮술 먹고 낮 벚꽃 보고 밤술 먹고 밤벚꽃 놀이를 하자고 한다.
내가 씨를 뿌린 것도 아닌데 꽃 덕분에
친구를 기다리는 기분 좋은 기다림에다 진하게 한잔까지 하게 됐으니
꽃이 이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래저래 이쁜 꽃이다.
* 4월 3일 오후 현재 석촌호수의 벚꽃 개화율은 20% 정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