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李花)에 월백(月白) 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庚)인 제
일지 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病)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 고려 말 이조년(1269~1343)이란 사람이 쓴 다정가다.
짧은 시지만 전체는 다 몰라도
'이화에 월백 하고'와 '다정도 병인 양'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한자가 섞여 있지만 비교적 쉬운 한자다.
풀이를 해봤다.
배꽃에 달이 환하게 비치고
은하수는 자정을 알리는 때
배나무 가지에 어려 있는 봄날의 정서를
두견새가 알겠냐마는
감성이 충만하니(춘정이 지극하니)
어찌 잠들 수 있으랴
- 이조년의 집에는 다섯 형제가 있었다.
이름이 이백년, 이천년, 이만년, 이억년, 이조년이다.
송나라 시인 소동파 역시 봄밤을 노래했다.
<춘야(春夜)>라는 시다.
春宵一刻値千金(춘소일각치천금)
봄밤의 한 시각은 천금의 값어치이고
花有淸香月有香(화유청향월유향)
꽃에 담긴 맑은 향에 달조차 향기롭다.
- 봄은 짧다.
봄인가 했더니 여름의 문턱에 들어선 듯한 날씨다.
보고 느끼고 즐기기엔 너무나 짧은 계절,
밤이라도 봄날의 밤은 한 시간도 아까울 수밖에.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실려오는 꽃내음,
가로등 불빛에 색다르게 빛을 발하는 꽃,
서서히 물들어가는 싱그러운 연두의 물결.
몽롱해지는 감미로운 봄날의 밤이다.
어찌 마음이 동하지 않으랴.
건조한 일상에서 일각(一刻)이라도 봄을 누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