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특별한 모임이 있다. 군 생활을 같이한 전우들과의 모임이다. 입대 동기도 아닌, 당시 계급으로 치면 작대기 하나부터 넷까지. 내가 떠난 이후에 입대해 군 생활을 하루도 같이 하지 않은 전우도 있다.
내가 전역 후 다른 예비역 동료들과 함께 부대를 찾아가 후배들과 축구도 하고 식사도 하곤 했는데 그때만 해도 이렇게 오랜 세월 만남이 지속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여느 군 모임처럼 몇 번 만나다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전역 후 45년이나 지났음에도 '0 병장!'이란 호칭으로, 당시 계급에 따른 위계질서로 해마다 서너 번은 꾸준히 만나고 있고 서로 간의 경조사까지 살뜰하게 챙겨 주니 여느 인연 못지않게 끈끈한 결속력이다. 몇몇 절친 전우와는 서로 가정 방문도 하고 가족 여행도 함께 간다. 만날 때마다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지만 현재진행형처럼 리얼하고 재밌다. 출신 지역과 직업 또한 다양해 모임의 재미를 더해 주고 있다. 붉은 와인빛으로 분위기를 돋우기도 하고, 걸쭉한 막걸리처럼 시끌벅적 분위기를 살려주기도 하고, 맑은 소주 빛처럼 마음을 적셔주기도 한다.
한때 좋았던 기억도 추억이 되면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어 아쉬움만 남게 되고, 때론 안 좋았던 기억도 추억이 되면 세월에 삭혀져 아름다움으로 변하는 법. 모두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은 그때 그 시절을 다시 추억하기 위해 열 명의 전우들이 어제저녁 뭉쳤다. 다들 여전했다. 자리 따라 세월 따라 변해버린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의 만남 자체만으로도 감동인데, 다들 70 가까운 나이에도 한결같이 건재해 참으로 고맙고 또 감사한 일이다. 모두가 그때처럼, 지금처럼 여전하기를! 현역은 짧고 예비역은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