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오키프의 <달을 향한 사다리>다.
화가와 시대, 배경 등에 대한 기본 지식은
완전히 무시하고 그림에만 집중해 보자.
땅에서 하늘로 향하는 사다리가 놓여 있다.
아마 달에 다다르기 위한 사다리가 아닌가 싶다.
누구나 상상할 수 있지만 또 누구도 쉬 생각해 낼 수 없는 모습이다.
어린아이 같은 천진난만한 상상력만이 가능한 그림이다.
심심할 정도로 이 심플한 그림에서 많은 것들을 떠올리게 된다.
달을 따기 위해서는 하늘로 올라가야 하고
하늘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사다리가 필요하다는 건데
이 얼마나 무모한 발상인가.
우공이산(愚公移山)이 연상되지 않는가.
어리석은 노인이 산을 옮긴다는 뜻으로,
오랜 세월이 걸려도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결국엔 뜻을 이룰 수 있다는 사자성어다.
화가의 시대에서 보면 우주에 대한 호기심은 있을지라도
아직 우주 탐험에 나설 구체적이고도 마땅한 도구가 없었을 터.
말도 안 되지만 사다리가 그나마 적절했을 것이다.
물론 사다리는 하늘과 달에 닿는 단순한 열망의 상징일 수도 있겠다.
또 하나 생각난 건 조지아 오키프(1887~1986)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창의력의 대가 르네 마그리트(1898~1967)이고,
그의 작품 중 알만 보고 새를 그린 <통찰력>처럼
창의력 관련 작품이 아닐까 추측해 보기도 했다.
그림 감상에 정답은 없지만
그림을 보면서 이렇게도 생각해 보고 저렇게도 상상해 보는 것도
굳어버린 뇌를 스트레칭하는 뇌 운동법이 아닐까.
이쯤에서 화가와 당시의 배경에 대해 알아보자.
조지아 오키프(1887~1986).
20세기 미국 미술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존재다.
그녀는 가장 미국인 다운 그림을 그렸고,
그러한 그녀의 화풍은 미국이 유럽의 영향을 벗어나
세계 예술의 중심지로 자리 잡기 시작하자 세계적인 각광을 받게 된다.
1946년 유명한 사진작가이자 23살 연상이었던 남편이 사망하자
뉴멕시코로 이주한다. 이곳에서 원주민의 삶과 문화를 탐방하면서
그간 도시에서 바라보았던 세상과 다른 관점을 지니게 된다.
죽은 동물의 뼈, 조개껍질, 돌멩이, 나뭇조각을 주워
이것을 풍경과 병치하면서 독특한 기하학적 세계를 발견하고
추상과 같은 구상 작품을 마음껏 실험한다.
뉴멕시코 인디언의 삶에서 사다리는 매우 중요한 기능을 했다.
인디언들은 지붕에서 아침의 일출과 저녁의 석양을 바라보며
우주적 힘과 직접 소통했다는데, 당연히 사다리를 타고 지붕에 올랐을 것이다.
여기서 착안한 오키프는 사다리를 한 차원 더 올려
지구와 우주를 연결하는 영험한 사다리로 격상시켰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