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시 - 이용헌, <명중>

by 길벗


명중(命中)

- 이용헌


빗방울이 툭

정수리에 떨어진다

가던 길 멈추고 하늘 쳐다본다


누구인가

저 까마득한 공중(空中)에서

단 한 방울로 나를 명중(命中) 시킨 이는


하기야 이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단 한 번의 눈빛으로 나의 심장(心臟)을

관통(貫通) 해버린 그대도 있다.


- 빗방울이 이마를 툭 치고 흘러내린다.

무심한 빗방울은

저 아득한 곳에서도 나를 명중시키는데

나는···


첫사랑, 이름 모를 사랑.

그리고 그 사이사이의 방울방울 같은 사랑들.

나의 숱한 눈빛을

그저 빗방울 정도로만 여긴 과녁들.

그냥 쓰윽 한번 손으로 훔치고 말았을,

아님 절로 마르게 놔뒀을.


아, 그 시절로 되돌아간다면 장대비가 되어

꽃잎이 뒤집어질 정도로 방울방울 쏟아붓고 싶다.


빗물이 바닥에 명중하면서

아지랑이 같은 물보라를 일으키자

또 다른 시(詩)가 상념에 젖어들게 한다.

아~'왼쪽 비는 내리고 오른쪽 비는 내리지 않'던

비 오는 날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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