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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으)ㄹ지도 모르다

by 따뜻

있을 수 있는 가능성을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지요.


오늘 우산 가지고 온 학생 없나요?

일기예보를 보니 강수확률이 0%군요.

그런데 혹시 강수확률이 20~30% 라면요?


비가 올지도 모르니까 우산을 챙겨 왔어요.


사실은 거짓말이에요.

선생님은 이런 성격이 아니니까요.

강수확률이 70%여도 난

우산을 챙기지 않는답니다.

90-100% 는 되어야

우산은 내 가방에 들어올 수 있다고요.


가능성만으로는 움직이지 않아요.

안전하다는,

괜찮다는,

손해가 없겠다는,

무리가 안 되겠다는,

불편하지 않겠다는,

후회하지 않을 거라는,

적어도 배신당하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어야

저는 움직입니다.


어쩌면 제가 틀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확신이 없더라도,

털끝만 한 가능성만으로도

도전해야 할 일이

우리의 인생 가운데 있다면,

있다고 한다면,

그건 도대체 어떤 일일까요?


혹시 지금 제가

그 일을 하고 있지는 않나요?


글을 쓰는 일 말입니다.


내 글이 뭔가

의미가 있을 거라는 확신, 은커녕

누가 보기라도 할까 봐

숨겨놓기 일쑤인 것을요.


조금의 가능성을 기대어 본다면,

조심스레 바라본다면,

나와 비슷한 고민,

우울,

공허,

설렘,

웃음포인트를 가진 누군가가

읽고 키득 거리고

'아, 너도?' 하고,

'그럴 수도 있겠네' 하면서

'그래도 괜찮지, 뭐'라고 웃어주길.


다시 '-(으)ㄹ지도 모르다'로 돌아가,

수업의 마지막 활동에서

"이성친구를 사귀게 된 나의 친구에게

조언해 주기"라는 미션을 주었어요.

요란한 문장들이 만들어졌습니다.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 연락할지도 모르니까

자주 남자친구의 핸드폰을 확인하세요"

라든지


"남자친구가

나쁜 행동을 할지도 모르니까

자기 몸을 조심하세요"라든지.


역시, 녀석들.

이런 류의 문장들을 만들기 좋아합니다.

저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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