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제11화
어둠 속에서 거실에 모여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영 란 언니, 결혼했어요? 하긴, 안 했으니까 식사메이트가 있는 거겠지?
지 연 이혼했어. 아니, 이혼한 건 아니고.
영 란 네?
지 연 이혼은 안 했지만 이혼한 거나 마찬가지야. 같이 살지도 않은지 오래 됐고.
영 란 왜요?
조명 밝아지면 영란, 지연, 진순의 모습이 보인다. 진순은 책을 읽고 있다.
지 연 (잠시 사이) 남편이 폭력적이었거든. 결혼 전에는 몰랐는데 결혼하고 나니까 백팔십도 달라지더
라고. 더이상 짐승처럼 맞고 살 수 없어서 집을 뛰쳐나왔는데 내가 가는 곳마다 그 인간이 쫓아
왔어.
영 란 경찰에 신고는 했어요?
지 연 소용없어. 남편은 가진 인맥과 재력을 이용해 어떻게든 빠져나왔으니까. 그렇게 힘들어할 때 식
사메이트로 만난 사람이 수찬 씨야. 날 많이 도와줬지.
책을 보던 진순이 지연의 말에 슬쩍 고개를 들어 지연을 쳐다본다.
지 연 (영란에게) 그런 영란이는 어쩌다ⵈⵈ?
이때 등장하는 보성.
영 란 저요? (말끝을 흐리며) 전 뭐 그냥 이런저런 일 하다가. 그러고 보니 여긴 참 다양한 사람들을 데
리고 오는 것 같아요. 나중에는 연예인도 들어오겠어.
보성이 책을 한 권 골라 소파의 앉을 자리를 찾으면, 일어나는 진순.
진순이 일어날 때 진순이 읽던 책 사이에서 무언가가 떨어진다. 이를 모르고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진순. 진순이 떨어뜨린 종이를 발견하는 보성. 진순을 부르려다 포기하고 종이를 슬쩍 보는 보성. 뭔가를 눈치채고 종이를 책 사이에 숨기고 방으로 퇴장.
지 연 그래도 여기 있으니까 좋은 것도 있네.
영 란 뭐가요?
지 연 자유로워서.
이때 주방으로부터 등장하는 수영.
수 영 무슨 얘기 중이었어요? 자유?
지 연 네, 자유. 여기 있는 게 자유롭게 느껴진다고.
수 영 이렇게 꼼짝없이 갇혀있는데 자유라니 재밌는데요.
지 연 나한테는 이런 순간도 자유야. 남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있으니까. 여기 있는 동안만이라도 밖의
일은 잊고 지낼래.
영 란 그래요, 인생 뭐 있어요! 이 순간을 즐기자고요.
지 연 지금을 즐겨라! 카르페 디엠!
모두 작은 소리로 즐겁게 웃는다. 무대 어두워지고, 무대 다른 쪽 진순의 방. 진순과 보성.
보 성 (종이를 보이며) 이거.
진순이 흠칫 놀라 보성을 쳐다보면
보 성 이게 뭐죠?
진 순 ……
보 성 혹시 위험한 생각을 하시는 건 아니시죠?
진 순 (종이를 낚아채며) 아니야.
보 성 그럼 그게 대체 뭐냐고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거예요?
진 순 아무것도 아니니 신경 쓸 것 없네.
보 성 아무것도 아니라뇨? 전 아직도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린다구요. 그날 형님도 똑똑히 보셨잖아요.
그러니까 제발 위험한 생각은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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