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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예성 Oct 17. 2023

자발적 자유2_열세 번째 이야기

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13


조명 어두워지면 무대 다른 쪽 수찬의 방. 어둠 속에 남자의 구역질 소리가 들려온다. 잠시 후 변기 물 내리는 소리가 들리고 조명이 밝아지면 욕실 안에서 나오는 수찬. 밖에 서서 찻잔을 들고 수찬을 기다리던 성한과 마주친다. 수찬이 흠칫 놀란다.    

  

성  한         (의심의 눈초리로) 속이 불편하신가요? 속을 안정시켜주는 매실차입니다. (차를 내밀며) 드시죠.

수  찬         아…… 예. (잔을 받아들며) 감사합니다.     


수찬이 찻잔을 받아들면,  

   

성  한          지금 드시지요. 

수  찬          ……?

성  한          (웃으면서) 제가 보는 앞에서요. 속이 많이 안 좋으신 것 같은데.


성한의 말에 수찬이 머뭇거린다. 잠깐 동안의 두 사람의 보이지 않는 기싸움이 있다가 수찬이 차를 마신다.      

성  한          준비해 드리는 식사와 차가 입에 안 맞으신가 보죠? 

수  찬          아, 아닙니다. 

성  한          습관적인 구토는 몸에 좋지 않습니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수  찬           ……예.     


수찬에게서 다 마신 찻잔을 받아들고 성한이 방을 나가면 성한이 나간 곳을 쳐다보던 수찬이 비틀거린다.

거실. 보성이 책을 읽고 있다. 밖에서 골프복차림으로 들어오는 영란과 수영. 골프 장비를 들고 있다.  

    

수  영          갈수록 실력이 느는데. 

영  란          정말? 골프가 이렇게 재밌는 건 줄 몰랐어. 부자들이나 하는 시시한 운동인 줄 알았더니. 내가

                  이런 최고급 골프채로 볼을 칠 줄 누가 알았겠어?

보  성          그래서. 좋냐?

영  란          당연히 좋지. 이런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게 싫을 리가 있겠어? 

보  성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냐? 착각하지 마. 그런다고 네가 다른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니까.

영  란          왜? 뭐가 안 된다는 거야? 밖에서는 그저 그런 오영란으로 영원히 살지 모르지만. 여기서는 달라

                  질 수 있다, 뭐. (보성에게 다가가 책을 빼앗으며) 오빠도 좀 누리지 그래? 맨날 책만 파먹지 말

                  고. 2층 테라스 큰 욕실 내가 쓴다! (나가려다 수영에게) 오빠, 우리 씻고 게임 할래? 새 게임 들

                  어왔던데.

수  영          그럴까?     


영란 퇴장.      


보  성          참, 둘은 어지간히 붙어 다니네. 사귈 것도 아니면서. 

수  영          왜? 질투나? 

보  성          누가 누굴 질투한다는 거야?      


수영이 웃으며 가려는데 방으로부터 나오는 진순. 진순이 보성을 쳐다보고 밖으로 나간다. 보성이 읽고 있던 책을 가지고 진순을 따라 나가면 수영이 그 모습을 의심스럽게 쳐다보다 주방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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